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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선발은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이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1차 사이판 캠프 명단 제외, 어떻게 봐야 할까. 국가대표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서야 한다는 견해와, 커리어 내내 부상이 잦았던 선수를 구단이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NC도 할 말은 있다
이와 관련해 구창모의 1차 명단 제외에 NC 다이노스 구단의 요청이 크게 작용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양론이 대립하는 분위기다. 국가대표라는 중요한 사명을 구단에서 막는 게 맞느냐, 야구선수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뛰는데 구창모만 왜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올해 햄스트링 부상을 3차례나 당한 김도영도 1차 캠프에 합류했고, 불혹의 나이에 올해 정규시즌에서 80이닝을 던진 노경은도 캠프에 함께하는 점을 들어 NC가 구창모를 과잉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NC에서도 할 말은 있다. 일단 NC가 KBO의 캠프 명단 확정을 앞두고 구창모의 대표팀 발탁에 난색을 표한 것은 사실. NC 핵심 관계자는 "구창모가 올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복귀 이후에도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풀시즌을 치른 경험이 상당히 오래전이라, 1월부터 캠프에 참가하는 건 신중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단에서 할 수 있는 건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이고, 실제 명단을 결정하는 건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몫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 명단 선정 과정에서 구단 의견을 듣는 절차는 항상 거친다. 공식적인 루트와 비공식적인 루트를 동원해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간 NC 외에도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여러 경로로 의견을 전달해 왔다. 지난달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당시 몇몇 선수의 경우 대표팀에 데려가는 대신 가급적 경기엔 내보내지 않는 쪽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구단이 선수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애국심 강요할 수 없는 시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WBC 대표팀 차출은 이제 모든 구단과 선수에게 부담이다. 프런트 출신 야구인은 "구단 입장에서 보면 국가대표 차출은 소속 선수, 특히 투수라면 안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 멤버만 봐도 곽도규(KIA)가 올해 토미존 수술로 시즌아웃됐고, 유영찬(LG)도 부상으로 고생하지 않았나. 박영현, 김택연 등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들도 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한 야구인은 "만약 무리해서 대표팀에 데려갔다가 부상을 당하고 시즌을 망치면 구단과 선수는 누구한테 보상을 요구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시즌을 준비할 시기에 국가대표로 뛰면서 선수들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대회에 나가서 열심히 뛰어도 감당 못할 비난만 받는 경우가 많아서 과거처럼 국가대표 참가에 적극적이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야구인은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 프로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자국 리그 질을 낮추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는 선수라면 몰라도, 부상 우려가 있거나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대표 참가를 강요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구창모가 지난 시즌 막판 좋은 피칭을 했지만, 전성기에 비해 구속이 5km 가까이 떨어지는 등 100% 완벽한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구창모만 왜 특별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선수가 아닌 구창모이기에, 정상적인 빌드업 과정을 거쳐 시즌을 준비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프로 데뷔 이후 아직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고, 거의 매년 부상으로 고생한 구창모의 시즌 전 대표팀 차출을 구단에서 우려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구창모를 대표팀에 데려가는 게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인지, 최종 판단과 결정은 대표팀의 몫이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선수를 무리하게 데려갔다가 부상이나 난조로 시즌을 망칠 경우 자칫 비난의 화살이 KBO와 대표팀을 향할 수도 있어 신중할 문제다. NC 관계자는 향후 2차 캠프 및 WBC 최종 명단에 구창모가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결정은 KBO와 대표팀이 내리는 것이고, 구단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