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폴리테루 팝업 마지막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걸어 팝업 스토어에 들어섰다.
오픈 대기를 기다리는 줄 뒤에 선 사람이 그의 동행에게 유니폼 키링을 건네며 말했다.
"내년에는 없을 수 있어."
곁눈질로 슬쩍 확인한 키링의 배번은 9번이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같은 마음으로 여기에 온 참이었다.
한정 콜라보 유니폼에 9번을 마킹하기 위해서.
내년부터 9번에 다른 이름이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때 혹시나 했던, 그렇지만 아직 일어나지는 않기를 바랐던 그 일이 오늘 발표되었다.
이제 더 이상 '1년만 더'를 소망하지 못하게 되었다.
선수로서 그대는 팬인 나 혼자 속으로 빌었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은퇴 전 억대 연봉은 찍었으면 좋겠다'라는 첫 소원을 빠르게 이뤄 주고
그 다음 소원인 '은퇴 전 FA 자격 얻기'는 좀 지지부진했지만 들어 주긴 했다.
그렇게 소원을 잘 들어 준 그대에게
2024년에 나는 바보같이 '1년만 더'를 소원으로 빌었다.
FA 마지막 해라서, 언제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1년만 더'를 매년, 25년에도, 26년에도, 그 이후에도 빌 생각이었는데,
그대는 이렇게 이별을 말한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2024년의 '1년만 더'만 들어 준 채.
그래서 야속하다.
하지만 그동안 수고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속상하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등의 부정적인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악착같았던 당신의 타석에서 게라리를 목 놓아 부르던 그 순간에 해소된 스트레스가 훨씬 클 것이다.
이제 야구 선수 이후의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