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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잃어버린 1년'이라고 했다. 들쭉날쭉한 포지션 설정에 비판 여론도 잇따랐다. 박지환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심리적으로 많이 움츠려들고 지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 박정권 SSG 퓨처스팀(2군) 감독의 말에 위안을 찾았다. 박지환은 "감독님께서 '이런 시련이 있어야 네가 성장을 한다. 오히려 빨리 찾아온 게 다행이다'고 하셨다"면서 "나이 먹고 찾아오면 내 기회가 사라진다. 차라리 초반에 이런 시련을 겪었으니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표정을 고쳐 잡았다.
1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냥 무턱대고 좌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속적인 웨이트트레이닝 속에 몸도 많이 좋아졌고, 스스로가 바라보는 야구의 관점도 많이 바뀌었다. 1년이 그냥 지나간 건 아니었다. 박지환은 "내가 준비를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건 내 부족함이 맞는다. 어떻게 보면 올해 2군에 오래 있으면서 나를 많이 둘러봤던 것 같다"고 했다.
공격에서는 지난해와 투수들의 약점 공략이 확실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수비도 많이 준비했지만 부족한 점을 느꼈다. 박지환은 "내 페이스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주다 보니 올해는 힘들게 끝났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수확도 분명히 있었고, 마인드 컨트롤이나 야구를 대하는 방식도 많이 생각했다. 힘든 한 시즌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박지환의 어조는 분명 작년 이맘때보다는 확실히 어른스럽고, 성숙해져 있었다.
잠시 팀을 떠난다. 박지환은 최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상무) 전형에 합격했다. 내년 4월 입대다. 복무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두 시즌은 1군에서 보기 어렵다. 박지환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이제 복무 기간 중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야구를 해야할지 정리하는 과정이다. 박지환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외부에서 들려오는 말에 휘둘리는 것을 바꿔야 한다. 군대에 가서 멘탈적으로 많이 비우고 오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치왕 상무 감독도 박지환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박지환은 "2군 경기를 할 때 '왜 아직 거기에 있느냐. 빨리 와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농담을 소개한 뒤 "어찌 됐든 청라 시대가 중요한 것이다. 청라 시작 전에 들어와서 맞춰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무에서 완벽하게 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수비 포지션에 대해서는 내·외야를 모두 열어뒀다고 했다. 내야수도, 외야수도 모두 메리트가 있다는 게 박지환의 생각이다. 어느 하나로 고정하지도, 어느 하나를 닫아놓지도 않겠다고 했다. 일단 상무에서는 팀 사정과 방향에 따라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어느 길로 가든, 박지환이 꿈꾸는 종착역은 같다. 청라 시대의 간판이 되겠다는 당찬 의지와 기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박지환은 "청라 시대의 간판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청라 개막전 때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날을 상상하고, 꿈꾼다. 박지환은 "수비는 어찌 됐든 포지션이 정해지면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포지션은 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아무래도 나는 방망이 쪽의 기대감이 있다. 방망이를 더 확실하게 만들어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정립을 하고 오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더 완성된 야구 선수가 청라돔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