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천안 북일고 야구부 에이스 ㄱ군의 학교폭력 및 괴롭힘 의혹’ 보도(제1577호 표지이야기)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이 사건 부실 조사 정황을 담은 후속 보도를 내보낸 뒤, 충남 천안 북일고가 피해 학생에게 ‘전방위적인 2차 가해’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장은 피해자를 포함한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학생회를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자신의 일방적 입장을 발표했고, 야구부 코치는 피해자를 수차례 불러 ‘기사 수정’을 지시했다.
2025년 8월25일 아침 8시40분께 학교 강당에 모인 북일고 전교생은 학생자율조례 시간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의 주요 조정·변경 사항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학생회의 향후 활동 계획 및 현황을 소개하는 순서에서 갑자기 ‘ㄱ군의 학교폭력 및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김옥선 교장의 입장이 발표된 것이다. 학생회 소속 1학년 학생들은 강당에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라는 문구를 띄운 뒤 이를 대독했다. 김 교장은 이날 강당에 학생들과 함께 자리했고, 피해자 OOO(18·가명)군도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북일고 3학년 ㄷ군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학교 쪽이 공식적으로 ‘학폭 아님’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학생회가) 대독하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 학생인 O군은 이날 현장에서 학생회 발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사안이 터진 뒤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온 정군은 “얘기가 나왔을 때 많이 억울하고 창피하고 두려웠다. 일반 학생 친구들 보기에도 수치스러워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며 “학교 쪽 입장과 가해자 입장만 발표하고 피해자는 완전 범죄자 취급하는 느낌이 들었다. 교장과 교감선생님은 이제 인사를 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가신다”고 털어놓았다.
진짜 에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