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도 쉽지 않았다. 경기 중 화를 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방송으로 안 나간 게 사실 훨씬 더 많다”면서 “코치들한테 화를 많이 냈다. 옆에 있는 서재응 수석코치한테 싫은 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감독 부임 후 점점 더 성격이 나빠지고 있다는 걱정도 했다. 이 감독은 “한번은 김택진 구단주님하고 식사 자리에서 ‘제가 폭군이 된 것 같다. 화를 잘 참지를 못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구단주님이 그래도 웃으시면서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힘들었던 감독 첫 시즌을 보냈다. 코치진과 선수들 외에도 고마운 이들이 많다. 이 감독은 “민동근 운영팀장과 권태은 데이터팀장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제가 화를 낼 때마다 민 팀장이 와서 ‘참으셔야 한다’며 여러 번 진정을 시켜줬다. 스카우트팀장 출신이라 어린 선수들 장단점에 대한 조언도 많이 구했다. 권 팀장은 딱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시즌 중 “불펜 투수의 멀티이닝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선발진이 헐거워 불펜 투수들의 멀티이닝이 계속됐고, 이에 따른 혹사 우려가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이 감독은 “그 말이 나가고 나서 권 팀장이 데이터를 들고 오더라.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멀티이닝 이후 투수들 성적이 어땠는지를 전부 뽑아 왔더라. 투수 쪽에서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권 팀장이 정말 많이 채워줬다”고 말했다.
올해로 부임 1년, 초보 감독에게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그런 과정을 거쳐 내년은 팀도 자신도 더 강해지길 기대한다. 올 시즌 일궈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내년 시즌에 달렸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해 최근 끝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대단히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장 한 곳에 배팅 케이지만 7군데를 설치해 놓고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NC 코치가 “현역과 코치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강훈련이었다. 이 감독은 “더는 못 치겠다 싶을 때 한 번 더 방망이를 돌려보고 거기서 얻는 느낌을 선수들이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한 기초공사였던 셈이다.
이 감독은 첫해 소감을 묻는 말에 “올해는 감독 때문에 한 5경기는 진 것 같다. 정말 큰 실수를 한 날에는 선수들한테 감독이 잘못해서 졌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면서 “그 5패가 없었다면 정규시즌도 3위 정도는 했겠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목표도 일단 3위로 잡았다. 이 감독은 “냉정하게 봐서 올해보다 2단계는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대 못 했던 선수들이 튀어나와 준다면 더 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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