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분위기에 눈치 보는 야구단
2024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8위로 추락한 KIA의 경우 이번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현종과 몸값이 크지 않은 이준영(3년 12억 원)만 붙잡았을 뿐 박찬호, 최형우, 한승택이 떠나는 것을 잡지 않았다. 남은 소속 FA 선수인 불펜투수 조상우도 잔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KIA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모기업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KIA의 모기업인 기아차의 지난 3분기 경영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글로벌 판매대수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은 크게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환율 급등 등으로 손익이 둔화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모기업이 당장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회사 차원에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야구단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자이언츠의 모기업 롯데그룹도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계열사 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특히 롯데케미컬의 적자와 주력사업인 유통 부문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외부 영입을 최소화하고 내부 육성으로 운영 방침을 일찌감치 정했다.
NC다이노스의 모기업은 엔씨소프트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3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이 났지만 이는 엔씨타워1 매각 대금이 반영된 결과였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신작들이 잇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야구단 투자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본격화 맞이하는 샐러리캡, FA 시장에도 영향
KBO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2023년부터 경쟁균형세 제도를 도입했다. 이른바 팀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이다. 올해 경쟁균형세 상한액은 114억 2638원이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LG의 총액이 138억 5616원으로 약 24억 2978만원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초과액의 50%인 12억 1489억 원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납부했다.
LG는 최근 몇 시즌 동안 FA 시장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야수 쪽에는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을, 투수 쪽은 최원태, 장현식 등을 잇달아 영입해 팀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내부 FA인 박해민을 잡는데 그쳤다. 심지어 팀의 기둥인 김현수가 KT로 떠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년 연속 샐러리캡을 넘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2회 연속해서 샐러리캡을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야구 발전기금으로 내야 한다. 다음해 1라운드 지명권도 9단계나 하락한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이어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잠시 한숨 고를 타이밍이 된 것. 차명석 LG 단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모기업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내년 시즌에는 샐러리캡을 맞추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KIA 역시 지난해 팀 연봉이 샐러리캡 기준에 거의 근접했다. 상한액에서 약 1억여 원 정도 모자랐다. 모기업 환경도 그렇지만 샐러리캡 부분도 신경 쓰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FA 선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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