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시절, 전 여자친구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영상을 유포한 수도권 한 프로야구단 단장 아들 A(23)씨가 관련 보도가 나가자 피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B씨의 아버지는 "오랜 세월을 고통받았는데, 기사 하나 나갔다고 12시간 만에 합의하자고 한 걸 보니 얼마든지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측은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영상이 삭제됐으니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며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1일 양측에 따르면,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 측에 지난달 28일 밤 12시쯤 반성문을 보낸 데 이어 바로 다음 날인 29일 오전 합의금을 송금했다. 합의금은 B씨가 냈던 손해배상 소송 청구액(3,500만 원)에 못 미치는 액수였다.
A씨 측 대리인인 송경재 법무법인 와이엔씨 대표 변호사는 바로 소송 취하를 요청했고, B씨 측은 취하를 결정했다. B씨 측 법률대리를 맡아온 김의택 법무법인 으뜸 대표 변호사는 "사건 직후부터 B씨와 가족들이 무척 힘들어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픔을 덜고 조속히 일상에 복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원했던 것은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였기에 합의금은 얼마 전 열렸던 조정기일에 제안했던 금액 수준으로, 그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와 B씨 가족들의 마음고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져야 했다. 한국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반성문을 보내겠다"고 했던 A씨 측이, 기사가 나가고선 돌연 "기사가 나간 이상 사과문이든 반성문이든 보낼 수 없다"면서 사과 의사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다시 합의를 요청해와 구체적 합의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에서도 합의금을 보낼 테니 우선 소송취하서부터 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가해자와의 오랜 법적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심경은 어떨까. B씨의 아버지는 "오랜 세월을 고통받았던 사건이, 고작 기사 하나 나갔다고 12시간 만에 합의하자고 이렇게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거라면, 그 이전이라도 얼마든지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냐"면서 허탈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범죄피해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당하고 보니 비슷한 사건 피해자들이 참 많았다"면서 "더 이상은 이런 일을 겪는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씨의 부친인 A단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해 지금까지 온 것에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단장님이 (일이) 아니고 단장 아드님의 일이다 보니까 구단 차원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분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11월 B씨와 헤어지자 2021년 1월 자신의 지인에게 "여자친구와 성관계하며 찍었던 것"이라면서 피해자를 압박해서 촬영했던 사진과 영상들을 전송했다. B씨는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12월에서야 주변 지인들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해 듣고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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