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몬스터월이요? 그쪽으로는 많이 안 나가서…."
김태연은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1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화생명 볼파크의 첫 경기. 김태연은 역사적인 한 방을 남겼다. 다른 한화 선수에게는 기회가 없게 첫 타석부터 나왔다.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김태연은 2B2S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의 직구가 가운데 몰리자 그대로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한화생명 볼파크의 공식 첫 홈런.
2017년 6월21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을 1군 데뷔전을 치른 김태연은 8번타자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개인 첫 타석에서 홈런 역사를 쓴 김태연은 신구장에서도 역사를 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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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김태연은 첫 홈런 소감으로 "새로 시작하는데 있어서 역사에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돼서 기분 좋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범경기가 아닌 정규시즌 첫 홈런도 욕심이 날 터. 그러나 김태연은 "딱히 욕심을 내려고는 안 한다. 욕심을 내면 결과가 안 좋아질 수 있어서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데 조금 더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화생명 볼파크는 좌·우 비대칭으로 설계돼 우측 폴까지 거리는 95m, 좌측 폴까지는 99m다. 상대적으로 짧은 우측 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8m 높이의 '몬스터월'을 설치했다.
좌타자가 홈런을 넘기기에는 어려운 상황. 반면 우타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우타자인 김태연 역시 "나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타구가 그쪽으로 많이 안 날아간다.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수비 적응도 수월했다. 김태연은 "직전에 NC 원정을 다녀왔는데 NC파크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른 구장과 비교해 부담되거나 다른 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구장 시설에도 만족감을 내비쳤다. 김태연은 "라커룸이 넓어졌고, 웨이트장도 커졌다. 식당도 좋아지고, 사우나도 생겼다. 전체적으로 좋아진 거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1번타자에 대한 고민을 내비쳐왔다. 계속해서 실험이 이뤄진 가운데 "지금 딱 정해놓지는 않았다. 당분간 초반은 상대 투수에 따라서 라인업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와 상대팀 투수에게 강한 선수가 먼저 나간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태연은 지난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번타자로 나와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고, 이날 홈런으로 감을 이어갔다. 김태연은 "1번타자는 딱히 다른 건 없다. 부담되는 것도 없고, 작년에 조금 해봐서 부담되는 건 없다"고 했다.
김태연은 이어 "선수라면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인데 당연히 (1번타자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전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다른 선수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며 "분위기 좋고 캠프 때에도 열심히 준비했다. 열심히 해온대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하루하루 이기려고 하다보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