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벤치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이 감독은 윤준혁을 향해 “아무래도 네가 2군으로 내려가야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아직 개막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전 경쟁 중인 선수의 심리를 슬며시 떠보기 위한 의도였다.
그런데 제자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2군으로 내려가지 않겠습니다!”라는 단호한 한마디로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이를 들은 이강철 감독은 “네가 안 내려가면 그냥 내가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쉽게 풀이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윤준혁의 패기가 흡족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윤준혁은 “감독님께서 갑자기 물으셔서 나도 모르게 그런 대답이 나왔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나를 보고 ‘재밌는 놈이네’라며 환하게 웃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해로 어느덧 데뷔 6년차다.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막 엔트리에는 꼭 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윤준혁은 차세대 내야수 자원으로 발탁돼 1군 스프링캠프를 거쳤다. 또, 시범경기에서도 6게임 동안 타율 0.333(9타수 3안타) 3타점 4득점으로 활약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강철 감독 역시 윤준혁의 이러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개막 엔트리 등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윤준혁은 “아직 수비는 보완할 점이 많다. 그래도 타격에선 장타와 정확성, 도루 능력을 골고룰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깨도 자신 있다”면서 “1군에서 선배님들과 함께 해보니 주전 선수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더라. 나도 나를 의심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가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