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너무 쫓겼다. 내가 잘못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당시 한 시즌을 돌아보면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시즌 운영에서도 미숙한 부분이 있었고, 시즌 전 자신이 약속한 부분들을 잘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축 선수들의 휴식, 그리고 차세대 주전 포수로 키우려고 했던 조형우(23)의 기용 방식 미스였다.
지난해 팀이 여러 어지러운 상황에 처했고, 그 와중에 1군에 올라올 기회를 얻은 어린 선수들이 예년보다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투수 쪽에서는 조병현, 야수 쪽에서는 박지환 정준재라는 '코어'들을 건져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정의 짜임새가 다소 부족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조형우였다. 이 감독은 시즌 전 조형우의 출전 비중을 늘리며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조형우는 시즌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2군에 있는 시간도 길었고, 1군에 있는 시간에서도 주전 포수인 이지영에 밀려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특히 성적이 급했던 시즌 막판에는 이지영의 출전 비중이 너무 높았다. 아무래도 타격을 생각해야 했기에 기본적인 타율도 높고, 중요한 순간 안타 확률이 높은 이지영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블헤더에 이지영이 모두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 이 감독이 곰곰이 돌아보며 가장 반성을 많이 한 부분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다시 다짐에 나섰다. 올해는 반드시 조형우의 출전 비중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물론 주전으로는 이지영이 나서는 날이 많겠지만, 조형우를 잘 성장시켜 시즌 중반 이후로는 궁극적으로 출전 시간을 반으로 나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는 감독 혼자의 생각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조형우가 그만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감독이 밀어줘도 선수가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선수단에나, 팬에게나 그 자격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수비는 매년 발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강견이 돋보인다. 송구 속도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물론 한국의 여러 팀에서 유망주 포수를 지도한 바 있는 세리자와 유지 SSG 배터리 코치도 "조형우와 이율예의 장점은 강한 어깨다. KBO리그 전체를 봐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블로킹이 다소 약한 부분은 있지만 이는 마무리캠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보완하고 있다. 세리자와 코치는 블로킹을 제외한 나머지 수비는 전체적으로 완성되고 있다고 본다.
세리자와 코치는 "일주일에 2경기 나오던 걸, 3경기 나오게 되고 이렇게 점차 단계를 밟으면서 주전 포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어느 정도 필요한 게 공격력이다. 수비가 되면 백업 포수로는 1군 엔트리에 무난히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주전 포수가 되려면 매일 라인업에 들어가는 만큼 공격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조형우가 지난해 1군 코칭스태프의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것도 공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공을 많이 들였다. 조형우는 큰 체구와 긴 팔을 가지고 있지만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경향이 있어 공에 힘을 싣지 못했다. 외야에 힘없이 뜨는 뜬공이 많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을 활용하면서 문제점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왼발을 잡아두고, 스탠스는 조금 넓혔다. 공을 잡아주는 타이밍을 늘리면서 펀치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훈련 때는 성과가 굉장히 좋다. 이는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 당시부터 괄목할 만한 부분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힘없이 뜨던 공이, 이제는 좌·우 중간을 가르는 빠른 타구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는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팅볼을 연신 담장 밖으로 넘기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좋은 그림이 실전에서도 나올 수 있느냐다.
그래서 이숭용 감독은 "실전에 들어가면 다시 공을 쫓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삼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조형우에게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타율 0.250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만 주면 출전 비중을 확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구상이다.
조형우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올해도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군에 가는 수순이 분명하다. 구단이 지난해 고교 최고 포수였던 이율예를 지명한 것도 자극제가 된다. 스스로 봐도 그 나이 때 자신보다는 훨씬 나은 포수라고 긴장한다. 1군 코칭스태프의 구상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공·수 모두에서 더 발전한 포수가 돼 그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조형우는 "지난해는 돌이켜보면 너무 조급했던 것 같고 부담을 느꼈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지난 시즌 겪었던 과정들이 앞으로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캠프 기간에 타격적으로 강점이 있는 선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발전하고 싶다. 내가 가진 능력, 없는 능력 모두 다 보여드리고 싶고, 수비적으로는 누구나 믿고 언제든 마지 막 아웃카운트를 맡길 수 있도록 안정감을 보여드리고 싶다. 올 시즌 공·수에서 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