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린 불펜 피칭이었다. 어쩌면 걱정의 시선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불펜 피칭을 준비하는 선수는 자신만만했다.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불펜 피칭에 들어가니 그 자신감은 허풍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었다. 특유의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 찍히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꽂아 넣고 있었다. 투구를 지켜보던 코칭스태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SSG의 마무리로 낙점된 조병현(23)은 사실상의 캠프 첫 불펜 피칭을 마친 뒤 밝은 미소를 보였다. 조병현은 "캠프에 와서 하프피칭을 하고 오늘이 첫 불펜 피칭이었다"면서 "어깨의 뻐근함이나 피로도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딱 작년 이맘때 쯤이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1군 코칭스태프에 선을 보였다. 물음표가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력한 패스트볼, 그리고 낙차 큰 커브의 조합은 단연 눈에 띄었다. 군 입대 전까지 1군 단 3경기에 나섰던 투수가 단번에 1군 전력으로 승격했다. 코칭스태프의 관심도 컸다. 송신영 코치가 직접 포크볼을 전수하겠다고 나섰다. 선수도 금방 배웠다.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더니, 사실상 추격조를 건너뛰고 곧바로 필승조 자리에 올랐다. 팀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로 승격하기도 했다. 9월 이후 12경기에서 13이닝을 던지며 안타는 딱 하나 맞았다. 피안타율 0.024의 괴물 같은 활약이었다. 시즌 뒤에는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했고, 2025년 시즌 개막 마무리로 낙점됐다. 1년 사이에 엄청 많은 일이 있었던 셈이다.
안주하지 않고 비시즌 동안 철저히 몸을 만들었다.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항상 아침 일찍 나와 자기 훈련을 하고, 캐치볼까지 한 뒤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 노력은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의 컨디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격일제 불펜 피칭도 문제없이 소화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조병현은 "팔이 넘어오는 느낌이나 발을 내딛는 느낌이 다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코칭스태프나 트레이닝파트에서도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박수를 보냈다.
특별히 다른 것을 시도하지는 않고 있다. 조병현은 "슬라이더를 연습하기는 하지만 새 구종을 장착한다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서 "오히려 기존 구종들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커브를 배워와 지난해 가능성을 내비친 선배 정동윤과 커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어보면서 배울 것은 배우고, 적용할 것은 적용하는 중이다. 패스트볼·커브·포크볼의 레퍼토리를 더 완벽하게 가다듬고 시즌에 들어간다는 각오다.
지난해 리그 최고 수준의 구위로 인정받았지만, 조병현은 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믿는다. 시즌 뒤 프리미어12에 참가해 국가대표팀 투수들과 세계 투수들의 공을 본 것은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회전 수, 구속, 수직 무브먼트 등 트래킹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조병현과 더불어 리그 패스트볼 삼대장으로 불리는 박영현(kt)이나 김택연(두산)의 공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조병현은 "비교하면 내가 제일 밑에 있는 것 같다. 두 선수의 구위나 공의 각도가 너무 좋다"고 인정하면서 "나도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이나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것 같다. 내가 배워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의지를 다진다.
조병현의 2025년 목표는 크다.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매구 최선의 다해 던지다보면 좋은 수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100개의 탈삼진도 목표 중 하나다. 군 문제도 해결했고, 앞으로 야구만 잘하면 되는 23세의 창창한 선수다. 그리고 플로리다에서 SSG는 그 가능성을 또렷하게 목도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향한 발걸음의 시작이 꽤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