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군을 오가며 지도자 경력이 나름대로 풍부하기는 했지만, 프로 지도자 경력의 공백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 또한 부담이었다. 음주 사건 이후 프로에서는 지도자 경력이 끊겼다. 이런 종합적인 이유로 선임 작업 초기에는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퓨처스팀 감독 후보로 올라왔지만 계속해서 고배를 마셨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떠나 주위 배경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구단은 박정태 감독의 경력과 평판을 더 면밀하게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퓨처스팀 감독 선임 과정이 더 길어졌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좋은 면도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선 과거 롯데에서 2군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고, 1·2군을 오가며 코치 생활을 했다.
미국에서도 싱글A 코치로 2년간 경험을 했는데 육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도자임은 분명했다. 2009년부터는 초·중·고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팀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모두 경험한 경력이 있었고, 팀의 육성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 있는 지도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현역 시절 근성 있는 모습으로 '악바리'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박정태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과 소통에 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박정태 감독이 롯데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이를 곁에서 지켜봤던 관계자들까지 모두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경력 단절도 고려했지만 레인보우 카운트 야구단 창단, 중·고등학교 클럽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고, 2024년에는 부산 MBC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야구계를 떠나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했다는 점도 있었다. 결국 박정태 감독을 최종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마지막까지도 구단을 머리 아프게 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추신수 구단주 특별보좌역 및 육성 총괄의 취임이었다. 박정태 신임 퓨처스팀 감독은 추신수 보좌역의 외삼촌이다. '혈연'으로 박정태 감독을 선임했다는 의혹이 나올 게 뻔했다. 사실 이는 추신수 보좌역의 선임도 늦어지고, 퓨처스팀 감독의 선임도 늦어지는 과정에서 겹친 악재였다. 퓨처스팀 감독 선임은 11월에 끝났어야 했고, 추신수 보좌역의 공식 취임도 12월 초에는 끝났어야 했는데 각기 다른 사정으로 늦어지면서 발표 시점이 겹친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다시 엎어야 하나"는 큰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퓨처스팀 또한 1월 2일 시무가 잡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표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
구단에서는 추신수 보좌역의 입김이라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퓨처스팀 감독은 김재섭 대표이사와 김재현 단장이 인선 작업을 책임졌던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 보좌역이 구단주 보좌역과 육성총괄 선임 대상자였기 때문에 2군 감독 인선 작업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대도 그렇다"면서 "구단도 추신수의 외삼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 있었다. 하지만 오해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명확한 선임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떠도는 이야기처럼 추신수의 힘이 그렇게 강력했다면, 이미 작년이나 재작년에 박정태 감독의 선임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항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