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김혜성의 계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상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혜성의 포스팅은 12월 5일 시작됐고, 마감일은 우리 시간으로 1월 4일 오전 7시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CAA 측은 복수 구단과 계속해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몸값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선수의 연봉과 대우가 선수단 내의 권력이 되고 출전 시간과 입지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계약'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이유다.
CAA 측은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여러 구단과 협상하고 있다"고 알렸다. 일단 복수 구단과 협상 중이라는 것은 에이전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은 김혜성과 포지션이 겹치는 중앙 내야수들의 흐름이 유독 더딘 상황이다. 김하성과 더불어 유격수 최대어로 뽑혔던 윌리 아다메스가 샌프란시스코와 대형 계약을 터뜨린 것을 제외하면 대어급들의 이동이 없다. 김혜성 협상 전선에 그렇게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 3개 이상의 팀과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장이 답답하지는 않다.
어떤 조건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출 자체는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처음부터 이정후급 대우(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김혜성도 나름의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종합적인 가치에서 그런 예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혜성 또한 연 평균 금액보다는 계약 기간이 더 중요하다면서 당장의 금전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여건을 원하고 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는 팀이라면 금전에서 다소간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김혜성의 최초 동기도 도전이었다. 키움도 이를 만류할 가능성이 낮다.
관건은 조건이다. 이왕이면 좋은 조건을 받고 가는 게 낫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대체적으로 2년, 길면 3년 정도의 계약 기간을 예상하고 있으며 연 평균 금액은700~1000만 달러 정도까지 다양하다. 4년 전이라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 김혜성보다 더 나았던 팀 선배 김하성이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었다. 연 평균 7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 정도 범주의 금액이라면 김혜성 측 또한 수용하고 도전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시 귀국했지만 에이전시가 여전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계약 상황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리고 계약이 마무리될 시점이 왔다는 신호가 오면 다시 미국으로 나가면 된다. 신체검사 등 최종적인 절차를 마무리하고 사인한다. 고우석도 포스팅 마감 전 출국해 절차를 마무리한 기억이 있다. 상황이 비관적이지는 않은 가운데 이제 김혜성의 재출국은 곧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