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는 비활동 기간에 단체훈련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코치와 선수들에게 휴식과 권익을 보장하려는 조치다. 코치도, 선수도 사람이다. 2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11월에 끝나는 마무리훈련까지 약 10개월 동안 쉬지 않고 야구를 했던 코치와 선수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 애인이다. 이들에게 두 달의 휴식은 1년 중 유일한 ‘휴가’ 기간이다. 물론 코칭 스태프가 관리하는 단체훈련은 분명히 능률적이다. 그래서 과거엔 선수들에게 알음알음 ‘반강제적’ 자율 훈련을 시키는 구단도 존재했지만, 이제는 구단 주도의 단체훈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 관계자는 “비활동 기간 훈련은 구단의 주도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훈련했다”면서 “2군 구장인 경산볼파크는 공사 중이었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훈련 시설 공사를 앞두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구계에선 ‘꼼수’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1∼2군이 쓰는 훈련 장소가 동시에 공사 혹은 보수를 했던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선수단을 지배하려는 꼼수이자 속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관중 수 1000만 명 돌파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그 중심에 공정성이 있다. 그간 야구팬들을 떠나게 한 심판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보완하고자 로봇 심판(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도입해 몰입도를 키웠고, 국내 프로야구는 팬들에게 신뢰받는 리그가 됐다. 물론 때론 반칙도 필요하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100% 정직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꼼수가 계속되면 공정성을 흔들게 되고, 이는 프로야구를 송두리째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삼성 야구단이 털어내야 할 시선은 꼼수뿐 아니다. 최근 삼성 야구단 내 고위층 B의 자녀가 해당 아카데미에서 훈련했고, 구단 지정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병원 검진에는 구단 소속의 트레이너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위를 활용한 사적 동원을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계에선 삼성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간 삼성은 야구단 내에서 공정성을 해치거나 개인의 비위 사실이 알려지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2010년대 초반 야구단 고위층의 비위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해고 조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때부터 ‘깨끗한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 삼성 야구단의 행보는 ‘공정과 상식’에 분명히 벗어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지금 삼성 야구단에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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