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나를 주장으로 지명해주셔서 책임감이 크다. 내년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받은 것 같다"며 "(전임) 양석환이 주장 역할을 잘했기에 어깨가 무겁다. 내년엔 모두 한마음으로 '원 팀'이 될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2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예전에 선수단 투표에서 뽑힌 적이 있는데 (당시 사령탑이던) 김태형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다. 포수라 신경 쓸 게 많았고, 그땐 나이도 어리다 보니 배려해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엔 다르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39)가 은퇴하면서 양의지가 투타를 통틀어 최고참이 됐다. 함께 '두산 왕조'를 일궜던 내야수 허경민(34)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KT 위즈로 떠났다. 공수의 핵심이자 라커룸의 리더가 된 양의지의 팀 내 존재감이 더 커졌다. 양의지는 "이제 나도 정말 나이가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아직은 젊은 선수 같은 마음으로 뛰고 있다"며 "언젠가 나도 은퇴할 날이 올 텐데, 그때까지 선배로서 제2의 김재호와 허경민이 나올 수 있도록 후배들을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의지가 쇄골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 그는 "(내가 없어도) 팀원들이 잘해줄 거라 믿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가슴속으로 눈물이 났다"며 "내가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아쉬운 마침표는 새로운 다짐의 원동력이 됐다. 양의지는 "올해 생각보다 잔 부상이 많고 포수 수비 이닝(608과 3분의 1이닝)도 적었다. '내가 준비한 게 이것밖에 안 됐구나. 잘못 준비했구나' 싶어 개인적으로 화도 많이 났다"며 "건강한 시즌이 있으면 아픈 시즌도 있다는 마음으로 이 아쉬움을 떨쳐버리겠다. 내년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더 독하게 마음먹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