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은 "(최)원준이 형이나 (최)승용이가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오고, 내가 올라가서 막고 더그아웃에 돌아갔을 때 그들이 지어주는 미소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공을 많이 던져봤다. 감독님께서 직접 칭찬을 하시거나 관리하란 말은 안 하시는데, 관리해 주려 하시는 것을 경기를 하면서 느낀다. 많이 던진다고 힘이 떨어질 것 같진 않다. 안타 맞을 걱정은 있는데, 체력 떨어질 걱정은 없다"며 젊은 선수다운 패기를 보였다.
8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폭투 때 김현수가 홈에서 아웃당한 장면을 떠올린 정철원은 "착한 일을 하면 행운이 따를까 싶어서 평소에 쓰레기를 잘 주워서 버렸다. 오늘 그게 나온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정철원은 특히 친구 곽빈을 향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곽빈은 정철원과 교체된 뒤 더그아웃에서 정철원이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철원 역시 곽빈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피로가 싹 가셨다. "불펜투수의 매력은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줬을 때 그 사람의 웃는 표정을 봤을 때가 가장 크다"며 뛰어난 입담을 과시했다.
정철원은 "오늘 경기가 가장 재미있고, 힘들고, 쓸쓸한 경기였다. 건희 형이 없어도 9회에 다른 투수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내 뒤에 아무도 없어서 쓸쓸한 기분이 들더라"고 말했다.
곽빈은 정철원에 대해 "걱정은 하나도 안 했다. (정)철원이가 무조건 막아줄 거라 생각했다"며 "철원이는 저보다 전체적인 면에서 두 수 위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구가 안정적이고, 저와 자신감이 다르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덧붙여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철원이가 신인왕 후보 선수 중 가장 앞서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보면 좀 압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웃었다.
정철원이 먼저 곽빈에게 물을 뿌렸다. 함께 기념촬영해야 한다는 말에 정철원은 “그럼 나한테도 물 뿌려”라며 웃었다. 곽빈은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정철원의 얼굴에 쏟아냈다.
1999년생 두 투수가 팀 승리를 이끈다. 프로야구 두산 정철원과 곽빈, 이른바 ‘원빈’ 듀오다.
“신인왕이요?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 해주시긴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올시즌 아프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고요. 또 내년과 내후년에도 팬분들께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두산 베어스 마운드를 지킬 생각입니다.”
끝으로 정철원은 "두산은 내가 신인일 때도, 군대에 있을 때도 항상 야구를 잘하는 팀이었다. 항상 가을야구에 올라갔다"며 "나도 한번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내년에는 꼭 가을야구에서 멋지게 공을 던지며, 멋지게 리액션과 세리머니를 하면서 팬 여러분과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나는 직구를 던져서 홈런을 맞을 것이다. 자신 있는 직구가 내 장점이다. 어떤 타자가 나오든 자신 있게 던질 것이다. 사실 백호한테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면 진짜 멋있었을 텐데, 백호가 잘 쳤다"고 활짝 웃으며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원도 "작년 빈이가 선발로 나와준 경기에서 승리를 여러 번 지켰다. 대표팀에서도 빈이가 만약 선발로 나선다면, 내가 꼭 그 승리를 챙겨주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