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하고 있는 KIA 선수단은 20일 킨 구장에서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덕아웃에는 백팀과 흑팀으로 나눠진 라인업이 걸렸다. 투수들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투수들은 오전 훈련 뒤 웨이트 훈련을 위해 이동을 한 상황, 대신 KBO리그를 대표했던 투수들이 마운드에 등장했다.
와일드한 투구폼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던 손승락 코치는 현역 시절 3.64의 평균자책점으로 45승 49패 7홀드 291세이브를 기록했다. 포커페이스였던 정재훈 코치는 포크볼로 타자들을 유인하면서 3.14의 평균자책점으로 35승 44패 84홀드 139세이브를 장식했다.
경기 전 변우혁은 “두 분이 합쳐서 한 세이브가 몇 개야”라면서 양 팀 선발의 기록을 찾아보기도 했다. 또 “무조건 높은 코스를 봐야 할 것 같다. 변화구 생각하다 보면 직구에 늦을 수 있다”고 정재훈 코치 공략법을 언급했다.
손승락 코치는 등판 전 트레이닝 파트를 찾아 선발 준비를 했고, 베이스 커버까지 들어가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정재훈 코치는 여전한 포크볼 실력을 과시하면서 1회 타자들의 방망이를 춤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무리 출신들이라서 1회면 끝이 날 것이다”라던 다케시 배터리 코치의 예상과 달리 두 선발은 3이닝씩 소화를 했다.
5회까지 치러진 경기가 5아웃제로 진행된 만큼 두 선발은 사실상 5이닝을 책임진 셈이다.
박민이 손승락 코치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리면서 흑팀이 선취점은 가져왔지만, 불펜이 가동되면서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외국인 투수 미츠마타 타이키 수비 인스트럭터를 상대한 신인 엄준현이 2루타를 기록하는 등 백팀이 타자일순하는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이영재가 시원한 홈런까지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백팀 세 번째 투수로 나선 불펜 포수 최규상의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흑팀이 5-6까지 추격, 경기 상황은 긴박해졌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흑팀에서는 이동걸 투수 코치도 대기시켰지만 경기는 그대로 백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오랜만에 공을 던져서 팔이 안 올라간다”며 웃은 손승락 코치는 “감독님이 선수들이 즐겁게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코치들이 프로그램 잘 짜라고 하셨다. 오늘 선수들에게 즐거운 하루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즐거워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언급했다.
코치진의 바람대로 “경기해서 재미있었다”고 말한 외야수 김석환은 “재미있었지만 코치님들이 너무 강하게 던지셨다. 볼이 좋았다. 특히 마운드 세 발 앞에서 던지니까 더 힘들었다. 오늘 패배를 인정한다. 손승락 코치님한테 3빵이다. 졌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즐거운 경기를 통해 박민은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했다.
내야수 박민은 “내가 해야될 것들이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연습경기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수비에서 차분한 플레이가 되는 것 같다”고 실전 점검에 만족감을 보였다.
손승락 코치와 배터리를 이뤘던 이상준은 프로의 실력과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준은 “상상한 것보다 공이 좋았다. 현역 때 좋은 건 알았는데 많이 쉬셨으니까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현역시절에 왜 그런 공을 던졌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 때 방향성을 잡아도 실전에 안 하면 소용이 없다. 방향성을 조금 더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무조건 세게 치는 것보다는 공을 중심에 맞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힘이 좋으니까 정확하게만 맞히라고 하셔서 그 부분 준비하고 있다.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지만 타격폼도 바꾸고 주찬 코치님이랑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내년 시즌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