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진짜, 양현종이라도 전화해봐야하나?"
웃음 속에 갑갑함이 느껴졌다. 프리미어12를 앞둔 대표팀 훈련 현장. 원태인-손주영의 부상 이탈을 접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양현종 어떤가요"라는 말이 나왔다. 진지하게 꺼낸 말은 아니었다. 지난 아시안게임을 지휘했던 감독도, 취재진도 '아직도 류김양(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냐'라는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2024 프리미어12에 참여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허무하게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에 이어 A대표팀이 전해온 또 하나의 비보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각국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던 지난 아시안게임의 환희는 이미 잊혀졌다.
아직도 '류김양'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체할 투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제 와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그건 '류김양'을 고집하지 않고 세대교체론을 받아들인 사령탑의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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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는 투수를 빼고, 잠재력과 나이 등의 키워드를 덧붙이고, 이닝수를 130이닝 정도로 조정했을 때 나균안 이의리 문동주 윤영철 신민혁 정도가 더해진다. 대표팀에 거론될 만한 토종 선발투수의 수 자체가 20명 안쪽이라는 결론이다. 이들 중에서도 여전히 류김양은 최상위 레벨의 선수다.
그런데 류김양은 뺐고, 박세웅은 기초군사훈련, 원태인 이의리 문동주 손주영은 부상으로 빠졌다. 엄상백은 대회 직전 컨디션 문제로 제외됐다. 안우진은 부상에 군복무가 아니더라도 KBO가 뽑지 않는 선수다.
프리미어12에서도 확실한 선발의 존재감은 빛났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부진에도 클래스를 믿고 고영표를 택했지만, 대만전 6실점 참사는 물론 호주 상대로도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임찬규와 최승용 역시 아쉬웠다. 반면 곽빈이 초반 분위기를 이끈 쿠바전은 대표팀이 가장 순조롭게 승리한 경기다.
물론 성적의 책임은 사령탑이 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손발' 묶인 채 임한 대회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메이저리거가 총출동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12조차 이제 한국이 세대교체 등의 이유로 '전력을 빼고' 시작하기엔 어려운 무대임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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