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참사가 또 반복됐다. 시즌 내내 현장에서 불만을 제기한 144경기 체제 여파라는 지적이 나온다. 144경기 체제가 뿌리내린 뒤 국제대회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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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요인 중 하나는 부상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APBC에서 주축 선발로 활약한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이의리(KIA), 올해 선발로 두각을 드러낸 손주영(LG)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로 인해 선발 야구가 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 5경기 모두 선발이 5회 이전에 강판되면서 초반 싸움부터 밀렸다. 야수 쪽에서도 아시안게임, APBC 4번 타자였던 노시환(한화)을 비롯해 구자욱, 김영웅(이상 삼성) 등 기대했던 타자들이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것이 아쉬웠다.
류중일 감독이나 대표팀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젊은 선수들로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일본도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지만 선수층이 약한 우리나라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까. 여러 사람들이 144경기 체제를 꼽는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이 된 KBO리그는 144경기 체제를 시작했다. 리그 외연 확대로 선수들의 일자리가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며 1000만 관중 시대까지 열었지만 경기력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보다 야구 저변이 훨씬 넓은 일본도 12개 구단 143경기 체제로 치러지고 있다.
각 팀마다 선수풀은 한정적인데 경기수는 많으니 현장에선 잘하는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진다. 특히 투수들의 데미지가 크다. 과사용은 필히 부상을 부른다. 정규시즌 144경기에 와일드카드까지 신설된 포스트시즌도 확대돼 1년 내내 선수들의 피로도가 가중된다. 여기에 요즘은 거의 매년 시즌 전후로 국제대회가 열리면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휴식 및 회복 시간이 극히 짧다.
현장에선 144경기 많다고 아우성이다. 한 감독은 “우리나라 사정에 144경기 너무나도 많다. 여름도 갈수록 길어지고, 선수들이 너무 고생한다. 경기수를 줄이지 않으면 부상이나 컨디션 관리가 어렵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10구단 체제 시작된 첫 해였던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이후 국제대회에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 더딘 세대 교체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144경기 체제가 수준 하락을 야기한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일리 있다. 저출생, 인구 감소가 가속화될수록 선수 보호가 중요한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다.
어느덧 144경기 체제로 10년이 지났다. 현장에선 해마다 문제 제기를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사안이다. KBO 입장에선 144경기 체제로 키워온 TV 중계권료, 타이틀 스폰서 비용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각 구단들의 입장·광고 수입도 경기수에 비례하고,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144경기 체제에 볼거리가 많다. 흥행을 위해선 144경기 체제를 깰 수 없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도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선수 보호 및 관리, 리그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아시아쿼터 조기 도입과 외국인선수 확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국제대회 참사는 매년 반복되는 연례 행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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