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씨가 후배 선수들을 통해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오씨는 재판 전날 재판부에 성경을 필사한 200장 분량의 단약일지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활 의지를 보여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오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오씨 측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재판부가 증거조사 절차를 모두 마치면서 이날 하루 만에 변론 절차가 종결됐다. 재판부는 오씨의 1심 선고 기일을 오는 12월12일로 지정했다.
검찰은 오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추징금 2365만원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야구선수 등 14명으로부터 총 86회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의 일종 스틸녹스와 자낙스 2365정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오씨 측 변호인은 "모두 반성하고 재범을 방지하려고 하고 있고 활동 기간 중에 정신적으로 피폐했으나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못 했다"며 "하루빨리 출소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오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지난 8개월 동안 피해 드린 분들 생각하면서 정말 고통스럽고, 반성하며 지내고 있다"며 "수용 기간 수면제에 손대지 않고 단약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오씨는 지난 18일 재판부에 단약 일지와 반성문을 제출했다. 오씨가 제출한 단약 일지는 200장 분량의 두꺼운 공책 2권으로 일지에는 성경책의 잠언 등 구절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가 없던 오씨는 수감된 이후 매일같이 참회하는 마음으로 성경책을 필사하면서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객관화하며 단약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성문에도 더이상 약물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사회에 나가면 무료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취지의 계획을 적었다고 한다.
오씨는 특히 암 투병 중인 모친을 생각하면서 재활 의지를 굳게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의 모친은 암이 온몸에 전이돼 몸무게가 30kg대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단약 일지를 제출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단약 일지 자체가 감형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어렵다. 다만 수십장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보다 실제로 단약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은 반성과 재활 의지를 더 효과적으로 피력할 수 있고 이는 재판부가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데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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