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 열린 2023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포지션은 단연 유격수였다. 당시 정규시즌에 나란히 맹활약을 펼쳤던 LG 트윈스 오지환(34)과 KIA 타이거즈 박찬호(29)가 사실상의 2파전을 벌였다.
최종 승자는 총 투표수 291표 중 154표를 얻은 오지환의 승리였다. 박찬호는 120표를 받아 2위에 그쳤다. 누가 황금 장갑을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였으나 당시 소속 팀을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끈 오지환이 소위 ‘우승 프리미엄’을 얻은 게 수상의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올해도 유격수 부문의 경쟁은 치열하다. 박찬호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수상 후보로 올랐고, 이번엔 SSG 랜더스 박성한(26)과 주요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박찬호는 올해 134경기에서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86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수비 이닝은 1120.1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지난해엔 없었던 우승 프리미엄을 올해는 박찬호가 가져갔다. 소속 팀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박찬호는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맹활약을 펼쳤다.
박성한은 137경기에서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78득점을 기록했다. 수비 이닝은 박찬호보다 다소 적은 1115이닝이다. 하지만 홈런 부문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게 역시 눈에 띈다.
박성한에겐 우승 프리미엄이 없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국제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건 다가올 골든글러브 투표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성한은 17일까지 진행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3경기에 나서 타율 0.455, 2타점, 3득점 활약을 펼쳤다.
박찬호와 박성한 중 누가 골든글러브를 최종 수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둘이 ‘정규시즌 성적’ 외의 가점 대결에서도 서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장외 승부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둘의 2024시즌 2파전은 과연 어떤 결말을 최종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