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 교체는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데이터와 당일 컨디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을 내리지만, 결국 결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일본과의 경기 역시 '결과론'이지만 역전패의 이면엔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첫 경기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한 한국으로선 일본전을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 이 경기를 잡지 못하면 자력 4강 진출이 불가해지기 때문이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막강한 전력의 일본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번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고 미래를 도모하는 측면이 강했기에 더욱 버거워 보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저력을 발휘했고, 경기 초반 리드를 잡았다. 0-0이던 2회초 홍창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것이 시작이었다.
선발 최승용이 곧바로 2회말 2실점 해 역전을 당했지만, 타선이 다시 힘을 냈다. 4회초 박동원의 솔로포로 동점, 5회초엔 대타 윤동희의 적시 2루타로 3-2 재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극초반이던 2회와 달리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리드는 적잖은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이어진 5회말, 한국은 잘 던지던 유영찬이 첫 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자 투수를 좌완 곽도규로 교체했다. 곽도규는 고조노 가이토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다츠미 료스케, 모리시타 쇼타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구리하라 료타에겐 9구 끝에 몸 맞는 공을 내줬다. 2사 만루의 위기.
한국은 다시 교체 카드를 꺼냈는데, 이때 등판한 투수는 이영하였다. 이영하가 마키 슈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경기는 다시 뒤집어졌다. 이 점수는 경기의 결승점이기도 했다.
두 가지 지점이 아쉬웠다. 곽도규의 교체 시점이 좀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2사 만루에서 '더 강한' 투수를 내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일본을 상대로 리드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두 번째 리드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그런 점에서 다소 이른 시점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막아내고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일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불펜진'이다. 무려 5명의 투수가 소속 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다.
이 중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 중책을 맡은 이는 박영현이었다. 각 팀의 마무리 투수 중에서도 가장 좋은 구위를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박영현은 현재까지 한국이 치른 3경기 중 단 한 경기에만 등판했다.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패하면서 등판 타이밍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만전은 2회에 대거 6실점 했다고 하지만, 일본전에선 5회 등판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이 경기의 '특별해설'로 나섰던 이용규(키움)도 곽도규의 교체 시점에서 "박영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 등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강한 투수'를 경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용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강한 투수의 투입 시점을 굳이 8, 9회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준비할 수는 없었을 터다. 하지만 팀의 '가장 강한 불펜투수'를. 경기 중반이라는 이유로 써보지도 못하고 역전패를 허용했다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애초 한국이 목표했던 4강(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경기는 대만, 일본전이었다. 이 두 경기는 하루 간격을 두고 열렸기에, 불펜진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나눠 이 2경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 남은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전에 모두 승리하더라도 4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본전에서 잠시나마 잡았던 리드는 내내 뇌리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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