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절박했지만 감독은 승부처에서 상황을 지켜만 봤다. 결과는 패배였다.
승부처는 5회말이었다. 3-2로 한국이 앞선 상황이었다.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곽도규가 등판했다. 좌투 불펜인 곽도규는 상대 좌타 코조노 카이토를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좌타 타츠미 료스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루가 됐다.
이 상황에서 우타 모리시타 쇼타가 등장했다. 분명히 교체 타이밍이었다.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좌타 불펜인 곽도규는 이번 대표팀에서 좌투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고 있었다. 굳이 우타를 상대로 위험 부담을 질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로는 곽도규는 지난 대만전, 쿠바전에도 등판하며 3연투 중이었다. 3연투를 할 수도 있지만 3연투 중인데 구위가 떨어진 모습이라면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방관했다.
세 번째로는 컨디션을 봐야했다. 체력은 떨어져있을지언정 컨디션이 좋다면 믿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곽도규의 공은 최고 좋을 때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방관했고, 모리시타 쇼타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다음 다시 쿠리히라 로야 좌타자가 등장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대로 계속 관중 모드로 지켜보기만 했다. 곽도규는 쿠리하라 로야에게는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몸 맞는 공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류중일 감독이 방관하면서 2사 만루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의 모습을 봤을 때 현재 대표팀 최고 불펜은 박영현이었다. 박영현을 올려 불을 끄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이영하였고, 2사 만루에서 마키 슈고의 안타로 역전을 허용했다(3-4).
이후 한국은 뒤집힌 스코어와 뒤집힌 분위기 속에서 다시 이를 가져오지 못했다. 선수들은 모든 것을 걸었지만 감독은 방관하기만 했다. 결과는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