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잊어야 한다. 사람이 판정한다. 다를 수 있다. 여기 ‘말리면’ 어렵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얘기다.
시작부터 꼬였다. 선발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2회말에만 만루 홈런과 투런 홈런을 잇달아 주면서 6실점.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3점에 그쳤다. 그러나 선발이 너무 많은 점수를 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불펜이 6이닝 무실점을 합작했기에 더 눈에 밟힌다. ‘선발이 조금만 더 잘 던졌으면’ 싶다.
고영표가 1회부터 살짝 불안했다. 1사 후 볼넷을 줬다. 천제시엔을 상대로 카운트 2-1에서 4구째 몸쪽 투심을 뿌렸다. 중계화면상 존을 스친 것도 아니고, 완전히 홈플레이트 위로 지나갔다. 그런데 볼이다. 다음 공도 똑같은 코스인데 또 볼이 됐다. 볼넷이다.
고영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잇달아 지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국제대회가 처음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확한 스트라이크로 판단했기에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2024 KBO리그는 ABS가 도입됐다.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잡음은 사라졌다. 투수와 타자, 심판까지 다 적응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 왔다. ABS가 없다. 사람이 판정한다.
‘심판마다 존은 다 다르다’고 한다. ABS 도입으로 통일은 됐지만, 외국 심판은 해당사항이 없다. 자기 존이 또 있다. 김도영도 경기 후 “한 번씩 어이없는 판정도 있었다”고 했다. 던지는 이는 속이 터질 법하다.
잠시 ABS는 잊어야 한다. 대표팀에 사람이 판정하는 존을 겪어보지 못한 선수는 없다. 마운드에 올라 심판의 존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 맞춰서 던질 수 있다. 대만전은 이쪽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패했다. 단단히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