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역투를 펼쳤던 고등학생이 1년 만에 성인대표팀 핵심 불펜이 돼 대만을 다시 찾았다.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을 향한 대만의 관심도 깊어지고 있다.
김택연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시작을 앞두고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의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CPBL)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평가전에서 8회 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류지홍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그는 곧바로 안타를 맞았으나,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의 구위가 일품이었다. 대표팀이 이날 불펜진 점검에 나서면서 많은 타자를 상대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타자들은 분당 2500회의 회전수를 자랑하는 김택연의 패스트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날 대표팀은 선발 임찬규(LG) 이후 최승용(1이닝)을 시작으로 김서현(⅔이닝)→유영찬(⅓이닝)→정해영(⅓이닝)→최지민(⅔이닝)→곽도규(⅓이닝)→이영하(⅔이닝)→조병현(⅔이닝)→소형준(⅔이닝)→김택연(⅔이닝)→박영현(1이닝) 등이 이어던졌다. 그런 와중 김택연은 박영현(KT)과 함께 제일 뒤에 나오며 필승조로 쓰일 가능성이 높음을 증명했다.
류중일(61)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최)승용이를 제외하곤 중간투수들을 다 점검했고, 컨디션도 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기자들이 '7~9회 투수 기용 순서대로 나서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건 모른다. 상황이 다르다"며 '연막'을 쳤다.
그래도 이렇듯 국가대표 필승조에 언급되는 자체가 열아홉의 루키에겐 놀라운 일이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그는 60경기에 등판,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는 등 맹활약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인왕 후보 0순위로 등극했다.
특히 대만 현지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당초 경기 종료 후 류중일 감독과 외야수 윤동희(롯데)가 인터뷰 대상이었지만, 갑자기 김택연도 추가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청소년대표팀 에이스 출신의 김택연에 대해 대만 기자들이 인터뷰를 간청했다. 그때 잘 던져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택연은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결승전까지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해 팀에 동메달을 안겼다. 미국과 상대한 결승전에선 선발로 등판, 7이닝 무실점 9탈삼진 역투로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그는 "팀이 나를 믿어줬으면 거기에 맞게 책임감 있게 던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많이 던진다고 아프다 이런 거는 아니니까 그거에 맞게 준비만 잘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대만 매체 TSNA는 "김택연은 지난해 U-18 대회를 위해 대만에 왔는데, 올해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혀 돌아왔다.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목했다.
경기 후 김택연도 "작년에 한번 올라와 봤던 마운드여서 그렇게 어색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맞춰서 잘 던져보자고 생각했는데, 안타 하나를 맞긴 했어도 잘 막아서 괜찮았다"며 "스피드나 공의 힘, 밸런스 등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대회에 맞춰서 준비가 잘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아직 직구가 다 안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직구 위주의 투구를 하려고 했었다"며 "좌타자를 상대로 역회전 볼도 던져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타자 때 하나 던져서 괜찮았다"고 했다. 시즌을 100으로 놓고 보면 어땠냐는 말에는 "다른 감각은 80~90%까지 올라왔는데, 스피드나 파워는 80% 정도다. 안 써지는 느낌이다"고 얘기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가장 마지막에 던질 투수는 누가 될까. 김택연은 "당연히 (박)영현이 형이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겸손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그는 "국제대회 경험도 많고, 지금 딱 봐도 영현이 형이 압도하는 경기가 많다"며 "가장 구위 좋은 투수가 마지막에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