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 해를 보낸 SSG 최고 유망주 중 하나인 조형우(22)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평소 차분한 성격인 조형우의 입에서 나온 이 꽤 거친 말은 자신이 받은 충격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모델링'을 선언한 SSG는 젊은 선수들을 많이 등용하며 이 선수들의 성장을 팀의 성장과 직결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조형우는 이 트렌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구단, 그리고 선수의 뜻대로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SSG의 2024년 실패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는 이름 중 하나였다.
시즌 전에는 백업 포수로서 꽤 큰 중용이 예상됐고, 실제 그런 흐름으로 갔던 시기도 있었다. 일주일에 두 경기 정도는 선발로 내보내겠다는 전략은 어느 정도 실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한 달이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타격이나 수비 등 경기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조형우는 잃어버린 출전 시간 속에서 헤매더니, 끝내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는 김민식이라는 베테랑 포수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형우는 올해 1군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시즌 막판 다시 1군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출전 기회는 거의 없었다. 팀은 더 검증된 카드인 이지영을 더블헤더에 모두 쓸 정도로 성적이 급했다.
팀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조형우는 외부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기회를 잡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살았었다. 그러다 올해는 나도 꿈을 크게 가지고, 목표도 높게 설정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결과에 목을 맸다. '잘하고 싶다', '잘해야 한다'는 이런 것만 너무 생각하니 오히려 위축이 됐다. 그러다 보니까 자신이 있었던 부분도 안 됐고, 자신감도 잃으면서 좋은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조형우는 "내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너무 안 풀리더라. 2군에 내려가서도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았다"면서 "그래서 군 문제도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됐다"고 했다. 구단은 조형우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생각했지만 끝내 탈락했다. 조형우는 "자극이 많이 됐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조형우는 12월 상무 지원도 생각했지만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왔다. 이숭용 감독은 조형우를 내년에 이지영과 함께 1군 포수로 쓴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되지 않았던 부분의 재추진이다. 조형우가 구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상징한다. 한 시즌 동안 좌절이 많았던 조형우도 가고시마에서 다시 에너지를 찾으며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봐 잘 아는 세리자와 유지 코치를 다시 만난 것도 조형우로서는 희소식이다. 세리자와 코치와 함께 가장 좋았던 그 모습을 되찾고 또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애쓰고 있다.
조형우는 "솔직히 올해보다 못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대로 외적인 부분까지 내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존심이 상했을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정신적으로 충격이 컸다. 앞으로 다가 오는 것도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 더 이상 자존심이 상할 일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는 "잘한다"고 격려를 많이 했던 세리자와 코치도 요즘에는 자극이 되는 말을 툭툭 터진다. 조형우도 "어떻게 보면 코치님이 계셨을 때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의 것들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이번 가고시마에서 이뤄질 것이라 예고했다. 타격에서는 이미 코칭스태프의 기대감을 한몸에 모으고 있다. 조형우는 "지금까지 상체로만 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강병식 코치님과 면담을 통해 나도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더 섬세하게 알려주시고 있다"면서 타격폼 교정도 이야기했다.
아직 연습 배팅이지만 조형우는 더 좋아진 타구질을 보여주고 있다. 이숭용 SSG 감독은 "확실히 좌중간 방향으로 공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예전에는 연습 배팅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기대할 만하다"고 확신할 정도다. 세리자와 코치도 조형우의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그래도 조형우와 이율예 모두 유망주들 중에서는 확실히 높은 기량과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며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형우도 굳은 의지 속에 2025년을 마지막 기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조형우는 "좋아졌다는 말을 한 마디씩 들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긴다.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그렇다. 세리자와 코치님도 그렇다고 하신다"면서 "나는 솔직히 지금까지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선수였다. 지금은 내가 그 기회를 못 잡은 만큼 앞으로는 가서 잡아야 한다. 기회가 오면 어떤 핑계도 필요 없이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 간절하게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의 마음이 달라졌을 때, 뭔가의 물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달라진 조형우가 달라진 SSG의 포수진과 육성 판도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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