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였다. 유승철은 “해보니까 편하기는 했는데 속으로는 ‘이렇게 바꾸는 게 맞나’라고도 생각했었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다리를 어느 정도는 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다”면서 결코 쉽게 이뤄진 과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투구폼의 변화가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레드 스태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9월 24일, 광주 삼성전에 나선 유승철은 완전히 새로운 선수가 되어 있었다. 갑자기 바뀐 폼에 팬들도 놀란 것은 당연했다.
성적은 좋았다. 9월 19일 1군에 올라온 유승철은 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서 합계 3이닝을 던지며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폼을 바꾸면서도 구위가 유지된 게 고무적이었고, 제구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제 폼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은 모두 지웠다. 이 폼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느냐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게 반갑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폼을 가다듬을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유승철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미국행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유승철은 “하도 안 되니까 내 스스로를 바꿔보자고 큰 마음을 먹고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운명인지 하늘이 ‘아니다, 하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면서 “내가 잘못된 길을 가니까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비록 올 시즌은 안 좋았지만 이제 내 자신을 믿고 시간을 가지며 계속 하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