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준은 구단과 상의 끝에 글러브가 아닌 방망이를 잡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5일 전북 익산에 위치한 KT 2군 훈련장에서 만난 신범준은 “2군 프런트에서 시즌 중간에 타자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신인 시절에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생각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타자 전향을 택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 퓨처스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뛴 건 아니지만 느낀 게 있다. 1군 선수들을 이길 나만의 무기, 결정구가 없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지금 타자 도전을 하지 않으면 후회가 클 것 같아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타석에 서는 게 어색한 건 아니다. KT는 신범준 지명 당시 “타자로서도 간결한 스윙과 장타력을 보유한 잠재력이 높은 선수”라고 했으며, 이강철 KT 감독도 지명 당시에 “타격에 재능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범준은 “사실 투수보다 타자의 경험이 더 많다. 그렇지만 기술적,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건 프로 와서 처음이다. 어렵지만 잘 따라 하고 있다”라며 “처음에는 ‘진짜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코치님들, 형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들은 많다. 올 시즌에도 ‘9억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이 강속구 투수의 길을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했다.
그는 “지금은 ‘어떤 선수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배워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훈련에 집중하려고 한다”라며 “처음에는 진짜 힘들고, 안 쓰던 근육도 쓰다 보니 근육통이 심했는데 지금은 다 지나갔다. 안정감 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투수 미련은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교 시절 이후 5년 만에 타석에 서지만, 자신감은 있다.
“내가 수비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루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입을 연 신범준은 “그러나 못 칠 것 같지는 않다. 계속 좋은 타구가 나오는 건 힘들겠지만, 아예 터무니없는 타구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신범준은 “비활동 기간에는 파워, 스피드 향상에 집중할 생각이다”라며 “올해가 4년차인데 아직까지 뭘 보여드린 게 없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2군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후, 1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