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퓨처스 감독을 맡다 지난 6월 29일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1군 수석코치를 맡아 이범호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손승락 수석코치는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새삼 이범호 감독의 지도력에 감탄했다고 말한다.
“1차전이 비로 인해 중단됐을 때, 3차전 대구에서 패했을 때도 감독님은 단 한 번도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긴장하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살갑게 다가갔다. 그렇다고 감독님이 고민과 걱정이 없었던 게 아니다. 단 그 걱정과 고민을 선수들에게 절대 내색하지 않았고, 그 기운이 코치들한테도 전달돼 코치들도 항상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을 대할 수 있었다.”
손승락 수석코치는 이범호 감독을 통해 지도자로서 새로운 배움을 가질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퓨처스 감독을 맡았을 때는 강한 스타일로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범호 감독님을 통해 부드러운 리더십이 때로는 더 카리스마 있고, 선수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독님은 자신보다 항상 선수들이 우선이었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더 즐겁게 야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선수들을 배려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셨다. 한 번은 감독님한테 “정말 대단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선수를 배려하고 신뢰하는 모습에서 큰 울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수석코치로 이범호 감독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내 지도자 인생의 엄청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많은 걸 배운 시간들이었다.”
#주장 나성범이 믿고 의지했던 선수들
올 시즌 주장을 맡았던 나성범은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내가 주장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감독님과 대화 나눌 기회가 많았다. (FA를 통해) KIA에 처음 왔을 때부터 타격코치님으로 인연을 맺은 터라 감독님이 되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감독님이 그렇게 선수들을 대해주셨다. 언제든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이었다.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어려운 시즌을 재미있게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나성범도 시즌 초반 부상 선수의 속출로 위기를 느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믿고 따를 수 있었다.
“올 시즌 유독 선발 투수들의 부상이 많았다. 내가 보기에도 정상적인 팀 운영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감독님은 황동하, 김도현 등을 대체 선발 투수로 활용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정규시즌 우승까지 큰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나성범은 KIA에서 처음 주장을 맡게 되면서 투수조에서는 양현종한테 야수조에서는 김선빈한테 많이 의지하며 지냈다고 말한다.
“(김)선빈이가 주장을 해봤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줬고 큰 도움이 됐다. (양)현종이 형한테도 의지를 많이 했다. 어느새 우리 팀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가 두 명(양현종, 최형우)밖에 없다. 35세 고참이 된 터라 후배들한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면 내가 먼저 가서 말을 걸었다. 감독님부터 선수들 모두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묻자 나성범은 1차전 비로 연기된 상황을 꼽았다.
“경기 전부터 비가 내리고 행사 등으로 경기 시작 시간이 많이 늦춰진 상태라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1차전을 맞이 했다. 1차전이라 양 팀 모두 긴장했고, 나를 포함해 선수들도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서스펜디드 경기로 연기되면서 이틀 동안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스펜디드로 치른 1차전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야 분위기를 잘 타서 2차전도 잡을 수 있다고 봤는데 예상한 대로 하루에 2승을 거머쥐게 됐다. 만약 그날 1승 1패를 이뤘다면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을지 모른다. 2경기를 다 잡았기 때문에 3차전에서 패했음에도 자신감을 갖고 4차전에 임할 수 있었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할 때 2020년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때와 지금 우승의 감흥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NC에서의 우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구장도 고척돔에서 중립 경기로 치른 상황이었고, 관중석의 팬들도 거리 유지를 위해 띄엄띄엄 앉아 있었던 터라 이번처럼 팬들과 함께 춤추고 흥에 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NC 때는 샴페인도 터트리지 못했다. 우승은 그때도 지금도 똑같이 기쁘다. 단 팬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던 것 같다.”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공약으로 선수들과 함께 ‘삐끼삐끼’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우승 확정을 짓고 팬들 앞에 나선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단체 ‘삐끼삐끼’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나성범은 이를 두고 “감독으로서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우리 감독님이 처음 아닐까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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