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기아) “실수 두려워 마라” 호랑이 DNA 깨우다
1,069 6
2024.10.30 00:40
1,069 6

“김도영 실책 많았죠. 그런데 단 한 번도 수비로 압박한 적 없습니다. 실책할 때마다 도영이 뺐으면 지금의 김도영이 있었을까요.”


한국시리즈 직전 광주에서 만난 KIA 이범호 감독은 “원래 우리 팀 선수들의 실력은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한 번 잘 못해도 기죽지 않고 계속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가장 중요시 한 건 ‘함부로 입을 대지 않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실책한다고 꾸짖고 혼내는 걸 경계했다. 다만 프로로서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실책과 느슨한 플레이는 다릅니다. 실책은 잘할려고 하다 나올 수도 있고 선수가 체력이 떨어져서 나오기도 하죠. 그런 걸로 감독이 화내고 지적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집니다. 사실 감독이 화를 안내면 팀 분위기는 절대 나빠지지 않아요.” 이 감독은 코칭 스태프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나온 아쉬운 장면에 대해 코칭스태프한테 말을 하면 그게 다 결국 선수들 귀로 들어가요. 그래서 아무 말 않고 제 속으로 다 삭혔습니다. 대신 감독으로서 내가 다음 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복기만 했죠. 감독은 참 외로운 자리인 걸 실감했죠.”

올 시즌 이 감독이 팀 미팅을 소집한 건 단 1번. 지난 8월 두산에게 6대30으로 역대급 패배를 당했을 때도 ‘소집’ 없이 선수들을 곧바로 퇴근시켰다. 이 감독은 “다음 경기를 위해 투수를 아끼다보니 그런 경기가 나왔다”며 “돌이켜보면 팬들을 위해서라도 투수들을 더 올려서 경기를 좀 더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실책하지 마라”, “볼넷 주지 마라”는 지도자들이 중시하는 기본 원칙을 뒤집었다. 반대로 ‘프로’인 선수들을 믿고, 각자의 장점을 믿고 북돋았다. 올 시즌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역대급 활약을 펼친 김도영의 뒤에도 이 감독이 있었다. “제가 세세하게 지도한 건 없어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도영이보고 ‘너는 발 빠르고 잘 치니까 낮게 쳐서 안타치고 나가서 도루해라’라고 했는데, 전 도영이가 배트스피드도 좋고 충분히 홈런 칠 수 있는 타자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뜬공 쳐도 되니까 공을 계속 띄워서 쳐라’고 주문했어요. 다른 선수들한테도 그랬고요.”

투수들에게도 ‘볼넷 줘도 괜찮으니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던져라’고 주문했다. “감독이 ‘볼넷 주지 마’라고 하면 선수들이 볼넷 줄 때마다 감독 눈치를 봐요. 볼넷 안주려다 가운데 던지는 거만 집중하니 오히려 큰 걸 맞을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볼넷 줘도 괜찮으니 너 공을 던져라. 대신 볼넷 2개 주면 너가 못해서가 아니라 컨디션 나빠서 바꾸는 거니 기분 나빠하지는 말자’고 얘기했습니다.” 올 시즌 KIA는 팀 타율 1위(0.301), 장타율 1위(0.459), 팀 평균자책점 1위(4.40)를 기록했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동시에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학 야구’도 병행했다. 감독 부임 전 타격코치였던 올해 초 구단 전력 강화 세미나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6월만 되면 타자들 체력이 떨어져 공격력 침체가 자주 왔던 KIA 타선의 문제점과 해법을 정확히 지적했고, 감독 때도 이를 지켰다. 이 감독은 “체력 저하와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지를 계속 대비하면서 시즌을 치뤘다”며 “주전들이 빠지면 누가 백업을 나갈지 다 계산했고, 백업 선수들이 기회가 되면 경기에 내보내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점점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 소통의 문도 활짝 열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저랑 고참들은 ‘강압적인 야구’를 했고 거기에 익숙해요. 그렇다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문제제기를 하는데 강압적으로 대하면 젊은 선수들이 말을 못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선수 한명도 죽이면 안된다’는 선배 감독님 말씀을 명심했죠. 젊은 선수들이 ‘코치님들이 우리 얘기를 들어주시네’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강압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부임 첫 해에 통합 우승을 이룬 이 감독의 숙제는 새로운 동기부여와 선수들의 끊임없는 성장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이 감독은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이번에 우승한 걸 내년 시즌에는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을 만들어내는게 감독으로서 해야할 일”이라면서도 동시에 “감독 때문에 눈치보는 팀은 안 만들 것”이라고 재차 단언했다. “매년 우승이 목표지만 선수 한명 한명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자기 가량을 못 펼치고 그만두고 나가는 선수들이 많은데, 선수들 각자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게 제 역할이죠. 우승을 많이 못해본 선수들 데리고 한번씩 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다시 최선을 다할겁니다.”


https://naver.me/FvEfriqB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AHC☀] 올 여름을 위해 폭삭 쟁였수다😎 선케어 맛집 AHC의 ‘블랙 선크림’ 체험 이벤트 🖤 364 01:30 11,34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626,37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300,59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498,42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631,978
공지 알림/결과 📢 2025 야구방 인구조사 결과 📊 142 03.23 31,777
공지 알림/결과 𝟐𝟎𝟐𝟓 𝐃𝐘𝐎-𝐃𝐄𝐄'𝐬 𝐅𝐎𝐎𝐃 𝐒𝐎𝐋𝐃 𝐎𝐔𝐓 𝐋𝐈𝐒𝐓 178 03.14 49,196
공지 알림/결과 📢 야구방배 KBO 응원가 총선 결과 48 03.12 48,596
공지 알림/결과 ▶▶▶ 야구방 팀카테 말머리는 독방 개념이 아님. 말머리 이용 유의사항 13 16.02.29 489,29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72 스퀘어 기아) 'Only 타이거즈빵' KIA 띠부씰은 몇 개? [실험가메라] 9 04.09 396
2371 스퀘어 기아) 변우혁 3타점 경기 덕관, 선배에게 프리허그하는 박재현 外 [더그아웃비하인드] 1 04.08 234
2370 스퀘어 기아) [오피셜] 2025 신인 박재현 응원가 탄생! 27 04.08 1,208
2369 스퀘어 기아) [펌] 기아 타이거즈 2025시즌 2~4월 부상 숨김과 축소 정황 35 04.08 2,670
2368 스퀘어 기아) [갸티비] 9회말 11:11에 역전 홈런을 치는 선수가 있다? 3 04.07 439
2367 스퀘어 기아) [갸티비] 모든 점수를 낸 오늘의 MVP! 13 04.03 613
2366 스퀘어 기아) '세차해드립니다🚘' V12 공약 진짜 지켰다! 손세차의 달인들 총출동! 3 03.30 230
2365 스퀘어 기아) 두루치기만 5번! 장단 17안타가 콸콸콸! 3월 25일 KIA vs 키움 [챔필덕관] 4 03.26 202
2364 스퀘어 기아) 이날만 기다린 투수 하이에나들;;; 올러 첫 승 축하파티! 🌊 2 03.26 300
2363 스퀘어 기아) 승률 100% 배우 박신혜님, 금메달리스트 김길리님 어서오세요 🙌🏻 1 03.25 266
2362 스퀘어 기아) [Off the 야구2] #3. 충격! 김도영 부상 / 복귀 시점은? 이순철이 만나다 4 03.24 385
2361 스퀘어 기아) 야식 치킨 참는 법, 자취 꿀템, 욕쟁이 상사 대처법... 고민 다 들어드립니다 🎓 [챔필상담소] 1 03.24 272
2360 스퀘어 기아) 갸테에서 부르는 선수들 별명 정리하기〆^ᶘ=•Ⱉ•*=ᶅ^ 18 03.24 924
2359 스퀘어 기아) 길리슨슈 인스타에 또잉 16 03.23 858
2358 스퀘어 기아) 챔필 개막전 분위기 미쳤다 🔥 [응원 현장캠] 1 03.23 161
2357 스퀘어 기아) [훈련 스케치] 1시간 남았다! 따뜻한 햇살 속 훈련 중인 선수들 ☀️ 2 03.22 276
2356 스퀘어 기아) 광주는 당분간 T입니다 (광주광역시와 기아 홈경기 연계 야구 특화 관광상품 “야구광 트립” 출시) 3 03.21 506
2355 스퀘어 기아) 광주시, 야구 특화관광 상품 '야구광 트립' 출시 4 03.20 621
2354 스퀘어 기아) 30분동안 네일이랑 한우 얘기, MBTI, 내 집 마련한 이야기 하실 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3 03.19 412
2353 스퀘어 기아) ᐕ)꒱ ⁾⁾ [컴프야V25] 타이거즈의 야구를 시작하자 23 03.18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