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그 무게감이 다르기에 평소에 하지 않던 파격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재개된 1차전에서는 강공을 해야했다. 안 그래도 허약한 불펜진이 최대 고민인 삼성으로서는 희생번트에 이어 땅볼 혹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추가해 2-0이 된다 한들, 역사에 남을만한 강타선으로 무장한 KIA 상대로는 그 리드가 안심할 만한 게 아니다. 허약한 불펜진을 생각하면 1점이 아닌 2점, 3점을 낼 수 있는 대량득점을 내야만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책이다.
1차전이 중단되고, 재개되기까지 40시간이 주어질 때까지 어떻게 작전을 내는 게 가장 합리적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박 감독이 선택한 작전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희생번트였다. 결국 김영웅은 희생번트를 실패하면서 찬물을 끼얹었고, 후속 타자 박병호가 삼진, 이재현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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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이어 “우리의 승리 패턴은 장타다. 2차전은 안타가 적지 않게 나왔다. 안타 수는 대등했으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타점이 안 나왔다. 단타 위주로 하니까 어렵게 경기했다"며 "(3차전부터) 대구 가니까 장타를 생산해서 흐름을 다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4차전이 치러지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대구에서 치러진 1,2차전에서 홈런포만 5방을 터뜨리며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2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삼성만 가는 게 아니다. 삼성 타선보다 파괴력은 물론 세밀함도 몇 수는 위인 KIA도 간다.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확률’은 KIA가 더 높다. 대구에서 반격은커녕 시리즈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희생번트 실패 하나가 한국시리즈 전체를 그르치게 생겼다. 이는 명백한 박진만 감독과 삼성 벤치의 패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