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연패로 가을 야구를 마쳤지만, 김택연(19)은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위력적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고졸 신인이 2.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긴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마운드에 올라와 마지막 점검 차 던진 공이 포수 뒤 백네트에 꽂혔다. 최근 잠실에서 회복 훈련을 시작한 김택연은 “똑같이 던졌는데 백네트로 날아가서 ‘긴장했구나’ 생각했다”며 “오히려 그렇게 하나 던지면서 영점 잡는데 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첫 가을 경험에 대해 “투수나 타자나 정말 집중력이 높더라.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고, 타자 상대할 때도 압박감이 있었다”며 “긴장감 때문에 더 재미있었는데, 더 높은 곳에서 경기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긴장감과 압박감이 적지 않았는데, 김택연은 빼어난 투구를 했다.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졌다.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더 몰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김택연은 “1차전 볼 때부터 ABS에 낮은 공이 잘 잡히는 것 같았다. 낮은 공을 많이 이용하려고 했는데, 운 좋게 존에 다 걸쳐 들어가면서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올해 프로 데뷔 시즌 65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08에 3승 2패 4홀드 19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도중 마무리 보직을 맡아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구위도 구위지만, 주자 쌓인 위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배짱이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그냥 19세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혀를 내둘렀다.
김택연은 “데뷔 전부터 ‘요즘엔 자신 있게, 가운데 뻥뻥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그런 투수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리그 전체에서 가장 어린 나이지만, 마운드 위에선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김택연은 “베테랑 선배님들과 붙을 때도 똑같은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19살 생각 안 하고 그냥 항상 패기 있게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록 중에는 탈삼진 78개 기록에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투수가 가진 공의 위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탈삼진 숫자다. 김택연은 “시즌 전에는 내 공에 대한 믿음이 100%가 아니었다. 프로에서도 통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탈삼진이 이닝당 하나가 넘어간다는 건 그래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라는 이야기니까 탈삼진 기록은 그래도 좀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 초반으로 빼어났지만, 선배 야수들의 수비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게 김택연의 생각이다.
화려하게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 김택연은 이제 내년 준비에 나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 일주일 가까이 가볍게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면서 푹 쉬었다. 회복 훈련부터 다시 공을 쥐었다. 올겨울 과제는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김택연은 “세컨드, 서드 피치 완성도를 겨울 동안 높이고 싶다. 작년에 그걸 제대로 못 해서, 사실 올 시즌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즌 중간중간 많이 배웠다”고 했다. 김택연의 세컨드 피치는 슬라이더다. 서드 피치로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두고 고민 중이다. 일단은 체인지업을 생각 중이다. 빠른 커브를 던져볼 계획도 있다. 김택연은 “마무리 투수라도 특히 좌타자 상대로 직구, 슬라이더 2개만 가지고 승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최악의 수까지 생각했을 때 서드 피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표를 봐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높고, 탈삼진율이 낮다. 좌타자한테 던질 수 있는 결정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세컨드, 서드 피치를 갈고 닦으려 하는 것도 결국 좌타자 상대로 보다 더 잘던지고 싶다는 이야기다.
이번 시즌 김택연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177, 좌타자 상대(스위치 히터 포함) 0.259를 기록했다. 좌타자 상대 지표까지 우타자 상대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면 2년 차 김택연은 올해보다도 더 무서운 투수가 된다.
택연이기사보고 좀 진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