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는 "사실 다 내려놓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공부를 하자고 마음 먹은 시즌이었다. 그런데 정규시즌 마지막 게임을 하니 울컼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며 '내일 하루 더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감사하더라. 공식 발표가 나니 이제야 내가 은퇴를 했다는 게 조금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박경수는 "어제(17일) 야구장에 갔다. 원래 나는 야구장에 출근하면 내 자리에 앉아 경기 전 늘 정리할 걸 정리했다. 그런데 어제는 뭔가 아무 것도 손을 대지 못하겠더라.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대표팀도 가고, 운동도 하고 바쁜데 '난 이제 뭘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스쳤다"며 공허한 감정을 설명했다.
박경수는 "11살 때 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30년이 됐다. 지금은 말로 설명이 안되는 그런 감정이다. 선수로서 꿈을 안고 처음 프로 지명을 받을 때, 그리고 KT에서 우승했을 때 그 두 순간이 가장 기억이 난다"고 돌이켰다.
이제 중요한 건 선수 생활 이후, 제2의 인생이다. 고민이 크다. 박경수가 고민하는 두 방향 다 너무 매력이 있다. 박경수는 선수 때부터 리더십을 바탕으로 '감독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에 야구를 잘 아는 '달변가'다. 지도자로도, 해설위원으로도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
박경수는 "KT 사장님, 단장님,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KT에서 내가 뭐라고, 그동안 엄청난 대우를 해주셨다. 그만큼 내 남은 야구 인생,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KT가 코치직 제안을 했다고 알렸다. KT가 박경수에 코치직을 제안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런데 박경수는 "나는 야구 공부도 욕심이 나는데 현실적으로 해외 연수는 못 간다. 여러 팀 야구를 보고, 내 입으로 얘기를 하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도 말했다. 복수의 매체가 박경수에게 해설위원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니 박경수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KT 구단에도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박경수는 "더 고민하고,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