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배트 시비
부정 배트 시비 사건은 1997년 5월 3일부터 5월 5일까지 대구경기에서 LG가 3연패를 당하자 천보성 감독이 심판실을 찾아가 “삼성 선수들이 사용한 방망이가 부정 배트 같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결국 40여일의 검사와 조사 끝에 무혐의로 판정이 났다. 하지만 패배의 결과를 부정 배트로 몰고 간 한 감독의 무책임한 말 한 마디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의 검사기관까지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LG 천보성 감독의 부정 배트 의혹 제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천보성 감독이 놀란 것은 5월 3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첫 경기에서였다. 3-9로 패했다. 그것도 투수 5명을 투입한 끝에 가까스로 진정시킨 점수였다. 하지만 5월 4일 삼성전에서는 까무러칠 일이 벌어졌다. 5-27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패한 것이다. 천보성 감독은 이 경기에서도 삼성의 타력을 잠재우기 위해 4명의 투수를 연달아 마운드에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삼성 선수들이 휘두르는 배트는 마치 쇠몽둥이 같았다. 때려도 그렇게 때릴 수는 없었다. 1회부터 정경배가 사상 초유의 연타석 만루홈런(1, 2회)을 날리지를 않나 최익성, 류중일, 김태균(2), 이승엽, 김영진 등 6명의 타자들이 홈런만 9방을 터트렸다. 또 2루타도 양준혁(2개), 신동주(2개), 이승엽(3개)이 7개를 터트려 한 경기에서 장타를 16개나 쏟아놓는 파괴력을 과시했다. 5월 5일 경기에서도 삼성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몰랐다. 삼성의 타선을 잠재우기 위해 김용수를 선발로 7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승엽(2개), 김한수(2개), 신동주에게 홈런 5개를 허용한 끝에 1-13으로 패했다. LG는 대구 3연전에서 홈런 17개를 허용한 끝에 49점을 잃었다. 패해도 이토록 참혹하게 패할 수는 없었다. 상식의 선을 넘어선 홈런이요 실점이었다. 때문에 LG 천보성 감독의 부정 배트 의혹 제기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자신이 야구를 시작한 이후 그토록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해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천보성 감독의 ‘부정 배트 의혹 제기’로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백인천 감독이었다. 문제의 방망이를 선택한 장본인일 뿐더러 1990년 LG 감독 시절에도 압축 배트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 감독은 당당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배트일 뿐 부정 배트는 절대 아니다. 만일 압축 배트가 맞다면 내가 유니폼을 벗겠다”며 부정 배트가 아님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천보성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첫째 삼성 배트는 일본야구기구(JBO)의 공인 인(印)과 공인 등록 번호가 찍히지 않아 KBO 규약상 부정 배트이며, 둘째 북미산 물푸레나무인 화이트애시가 원목인 삼성 배트의 표면이 일본 홋카이도산 물푸레나무(아오타모)처럼 조밀해 일본에서 제작하여 공수된 반 압축 배트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월 6일 오전 삼성이 사용한 두 자루의 배트를 수거, 서울 양재동의 한 목공소에서 절단해 검사한 뒤 “원목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압축 등으로 인한 변형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부정 배트에 대한 의혹을 일단락지었다. 또 이날 광주에 내려온 황석중 심판위원장은 삼성-해태전에 앞서 일반 배트와 문제의 배트를 자른 단면을 비교하며 압축 배트가 아님을 삼성, 해태 관계자 및 취재 기자들에게 확인시켰다. 일반 배트의 경우 나이테의 간격이 2~3mm로 촘촘한 반면, 삼성 선수들이 사용한 미제 미즈노 배트는 일반 배트보다 나이테의 간격이 2~3cm로 훨씬 넓었다. 하지만 부정 배트 시비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LG구단이 KBO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삼성이 사용하고 있는 미제 미즈노 배트에는 루이빌 슬러거 등 미제 방망이에 찍혀 있어야 할 모델 번호가 없으며 KBO가 압축 방망이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냈지만 전문성이 없으므로 문제의 방망이를 일본에 보내 JBO의 소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samsunglions.com/history/history_5_10.asp#jsHistory21_7
잘치면 원래 구설수가 많아 영웅이 종신삼성만 외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