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지호 하남직 기자 = 프로 입문 첫해에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한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은 회복훈련을 위해 17일 서울 잠실구장으로 출근했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 선수들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벌인다.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서 경기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올해 프로 1군 무대에서 뛰고, 포스트시즌도 경험했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엔 더 높은 무대에서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신인상 수상이 유력하다.
올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프로 첫해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두둑한 배짱으로 무장한 김택연은 빛나는 기록도 세웠다.
7월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9세 1개월 20일의 나이로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거둬 2006년 나승현(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19세 2개월 10일에 달성한 최연소 단일시즌 10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8월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는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수확해 2006년 나승현의 16세이브를 넘어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도 작성했다.
10월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도 kt wiz를 상대로 2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이 5위 kt에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김택연의 첫 시즌 일정도 끝났다.
김택연은 "확실히 가을야구답게 점수도 잘 안 나고, 투수와 타자 모두 집중력 있게 경기했다"며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고 재밌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해 아쉽다"고 처음 겪은 포스트시즌을 돌아봤다.
가을 무대에서 너무 일찍 퇴장했지만, 김택연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그는 '미래에 더 빛날 투수'이기도 하다.
김택연은 "개막을 하기 전에는 '내 공이 프로에서 통할까' 걱정했다. 시즌 초에는 고전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한 시즌을 보낸 게 신기하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것에 만족한다"고 프로 첫 시즌을 복기했다.
2024년 김택연이 가장 만족하는 기록은 '삼진'이다.
김택연은 65이닝 동안 삼진 78개를 잡았다.
9이닝당 삼진 10.8개로,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이 부문 5위에 올랐다.
김택연은 "포수, 야수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서 좋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아직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이닝보다 삼진이 많았다.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투수'라는 걸 증명하는 기록은 세운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취재진의 칭찬에는 거듭 몸을 낮췄지만, 더 성장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게 드러냈다.
김택연은 "신체적인 성장이 멈추지 않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좋아져야 한다"며 "직구, 슬라이더 다음에 던질 서드 피치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올해 정규시즌에 선배들께 체인지업, 포크볼을 배웠다. 좌타자 상대를 위해 체인지업, 포크볼을 더 연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김택연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77,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59였다.
김택연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좌타자 피안타율을 떨어뜨릴 무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커브 구사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김택연은 "지금은 느린 커브를 던지는 데,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빠른 커브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직은 계획을 세운 정도"라며 "마무리 투수도 구종이 많으면 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첫해에 김택연은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최정상급 마무리로 평가받았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 김택연이 더 좋은 변화구를 갖춘다면, 김택연은 더 무서운 투수로 두 번째 시즌을 치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