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가을야구가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왕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브이문(V-moon)’이 나타났다.
삼성의 이전 홈구장이었던 시민야구장에서 2010년대 열린 가을야구마다 볼 수 있었던 ‘브이문’이다. 승리(Victory)의 가장 앞 글자인 V를 본따 승리를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 기간 시민야구장에는 언제나 브이문이 함께했다.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을 담은 브이문과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들의 모습이 함께 담긴 시민야구장의 전경은 장관이었다.
브이문이 라이온즈파크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라이온즈파크는 2016년 개장했다. 첫 포스트시즌이 열린 건 2021년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 일정이 축소되어 운영됐다. 그 해 1위 결정전을 치르고 2위를 확정한 뒤 부랴부랴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브이문은 삼성이 소유물이 아니라 대여를 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삼성은 2패로 플레이오프를 짧게 치르고 물러났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삼성은 9월22일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충분히 가을야구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모처럼 브이문도 야구장에 준비할 수 있었다.
올시즌 삼성은 왕조 시절 응원가인 ‘엘도라도’를 부활시키는 등 강팀의 대열에 다시 오르기 위한 노력을 했다. 개막 전 약체로 분류됐던 삼성은 예상을 깨고 가을야구에 선착했다. 삼성이 강팀의 면모를 다시 자랑하면서 ‘엘도라도’는 물론 ‘브이문’까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다만 포스트시즌 상징 중 하나였던 대형사자 두 마리는 올해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사자상을 설치하면 좌석 수가 줄어든다는 이슈가 있다”고 했다.
삼성은 올해 134만7022명의 관중이 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며 비수도권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기록이다. 가을야구에 목마른 팬들이 한 명이라도 더 야구장에 오게 하기 위해서는 대형 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입장권2만3550장은 모두 팔리며 매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