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 확률 75.8%(25/33)를 차지한 삼성은 기세를 몰아 2차전까지 잡아낸 뒤 여유 있게 잠실로 향하겠다는 각오다.
가장 믿음직한 선발 원태인이 출격 대기하고 있지만 전날 우천 취소로 경기가 하루 미뤄져 준PO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온 LG가 재정비할 기회를 가졌다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준PO에서 막강한 면모를 보인 '삼성 킬러' 손주영이 2차전 선발로 교체됐다.
투수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태인이 물러난 뒤 마운드에 오를 선수가 더 중요해졌다. 1차전 수비 실책으로 점수를 내줬지만 자책점은 없었던 좌완 이승현을 필승조로 올렸지만 여전히 불펜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는 상황. 올 시즌 27세이브를 챙긴 오승환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졸지에 최고참에 오른 송은범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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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후에도 단순 타박상으로 판단해 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송은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14일 우천 취소 전 열린 감독 인터뷰에 나선 박진만 감독은 "송은범 선수는 포구 과정에서 바로 손에 맞은 게 아니고 글러브 안쪽에 맞은 것이라서 울림이 있는 정도이다.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송은범으로선 다행스럽게도 우천 취소로 인한 휴식이 더욱 꿀맛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1차전을 앞두고 만난 송은범은 오승환의 부재로 최고참이 됐다는 말에 "이제 1군에허 한 달밖에 안 됐다. 거의 신인급"이라면서도 "대부분 투수들이 시즌 때는 1이닝을 던질 때 2아웃 잡고 나면 '다 됐다'하고 마음을 놓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큰 경기에서는 대량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더 집중해서 해주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한 송은범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도 어떻게든 팀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지금도 똑같다"며 "일단 민패를 안 끼치는 게 가장 우선이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노력은 하고 준비는 잘 했는데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준비한 대로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장은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 사는 인생인데 뭐 있겠나. 그냥 하는 것이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초연한 듯 답했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송은범은 가장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이후의 재계약도, 가을야구에서 극적인 활약도, 더그아웃 리더로서의 역할도 크게 생각지 않고 매 순간만 집중하기로 했다. 잘 쉰 송은범은 이제 2차전 자신의 출격만을 바라보고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