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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앞두고 삼성 어린 선수들은 입을 모아 구자욱을 말했다. “선배님이 ‘즐겁게 하자’고 했다. ‘즐기자’고 했다. 긴장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평소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젊은 선수들이 날았다. 김지찬, 김영웅, 이재현, 윤정빈 등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승 이상으로 반가운 부분이다.
처음 겪는 포스트시즌이기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정규시즌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실제로 ‘얼어붙어서’ 자기 플레이를 못하는 선수는 과거부터 적지 않았다.
삼성은 달랐다. 어린 선수들, 젊은 선수들이 공수에서 활약했다. 그 이면에 구자욱이 있음은 불문가지다. 일단 팀 내 최고 타자다. 해줄 때 해준다. 후배들에게 편하게, 즐겁게 하자며 기도 세워준다.
문제는 구자욱의 ‘몸’이다. 경기 전부터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맹활약에도 표정이 밝지 못했다. 이를 숨겼다. 박진만 감독도 몰랐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알았다면 당연히 감독에게 보고가 간다. 구자욱이 혼자 짊어지고 경기에 나선 셈이다.
경기는 잘 치렀다.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경기 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도 없었다. 병원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수액을 맞기 위해 구단 지정병원으로 이동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맹타를 휘둘렀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박진만 감독은 “팀 분위기 메이커다. 오늘 경기 내내 표정이 안 좋더라. 아픈 것을 감춘 것 같다. 역시 팀의 리더, 주장답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캡틴이 그야말로 처절하게 가을야구에 임하고 있다. 정작 후배들에게는 즐기라고 했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구자욱의 플레이 자체가 팀 전체에 거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