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경수는 "사실 4월에 엔트리에서 빠진 뒤 주장 신분으로 1군에 동행하는 자체가 복이었다"면서 "뒤에서 감독도, 코치도 돼보고 젊은 선수가 돼보기도 하면서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고사한 것에 대해선 팀을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박경수는 "감독님께선 아직 나를 필요로 하셨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면서 "4월에 빠진 뒤 9월에 들어오는 자체가 내 욕심이고 후배 자리를 뺏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후배들이 나가서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 후배들도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나가면 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고 기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들어가서 잘하면 다행이지만 못했을 때는 데미지가 너무 클 것 같았다. 내 욕심을 채운다고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고, 팀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싫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경기에 나서진 않지만, 더그아웃에서도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박경수는 "더그아웃에서도 바쁘다. 후배들이 조금 처진 것 같으면 달래주기도 하고, 외인과 소통하기도 한다"면서 "경기에 나가서 보여주기보다는 그런 부분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가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순간은, 아마도 박경수의 야구인생이 마감되는 순간일 터다. 하지만 후배들은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박경수는 "(고)영표가 '선배님, 옷 쉽게 안 벗게 할게요'라고 하더라"면서 "농담처럼 한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 부분이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실제 KT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 자신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이렇게 어렵게 올라왔는데 여기서 떨어질 것 같진 않다"면서 "그래도 후회 없이 경기에 임하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올해의 실패도 엄청난 자산이 된다. 내년이 있으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