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박경수(40·kt wiz)는 '뛰지 않을 용기'를 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 출전을 포기하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고민은 깊었지만, 결론을 낸 뒤에는 "2∼3년 뒤에는 지금 결정을 더 만족할 것"이라며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kt가 두산 베어스와 2024 한국프로야구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이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경수는 "올해 포스트시즌 출전이 내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클 수 있지만, 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며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을 생각하니 명쾌하게 답이 나왔다"고 씩 웃었다.
박경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30명)에 빠진 채, 팀과 동행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경수에게 "9월 확대 엔트리 때 1군 엔트리에 등록하겠다.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경수는 "지금 제가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후배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고사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불발도, 박경수가 먼저 결심했다.
박경수는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1년 한국시리즈의 최우수선수였다.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에도 박경수가 '수비'로 팀에 공헌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박경수는 더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4월 2일 1군 경기를 치른 뒤에 실전에 나서지 않았다. 훈련을 통해 내 몸 상태를 점검해보기도 했지만,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건 내 욕심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나는 은퇴를 앞둔 선수다. 나보다는 젊은 선수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 큰 경기를 치르는 게 kt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팀과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정규시즌에도 박경수는 엔트리에 빠진 채로 1군 선수단과 동행했다.
박경수는 "엔트리에 들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장 자리를 유지하고, 1군과 동행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말 나는 복 받은 선수다. 모든 게 감사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박경수는 포스트시즌이 주는 긴장감을 느낀다.
kt는 1일에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을 벌였다.
단기전을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치른 셈이다.
박경수는 "나도 긴장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긴장하지 않은 척했다"고 털어놨다.
kt 선수단의 멘토 역할을 하는 박경수는 5위 결정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우리는 일단 최선을 다하고, 경기를 즐기자"며 "여기서 떨어질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시 우리가 일찍 가을 야구를 마감해도, 올해의 실패가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말이었다.
박경수도 후배들에게 힘을 얻는다.
고영표는 박경수에게 "형이 쉽게 은퇴하지 못하게 할 겁니다. 가을 야구 오래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박경수는 "우리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매년 관중석에 더 많은 우리 팬이 오는 걸 확인한다"며 "영표의 말처럼, 우리가 올해에도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하면서 팬들께 보답했으면 좋겠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후배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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