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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이순철 이성곤 편지 볼 때마다 눈물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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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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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곤에게.

폭우가 쏟아진다. 이내 멈추더니 햇빛이 쨍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네. 야구선수들은 여름이 참 얄궂다. 성곤아, 더위 속에 야구하느라 고생이 많다. 푹푹 찌는 날씨에 야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빠도 잘 안단다.

성곤아. 2014 시즌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우리 둘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해였지. 그라운드를 떠나 해설자로 돌아온 나와 명문 두산에 입단한 너. 부끄럽지 않게, 나 자신을 속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을지…. 새삼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올스타전에서 너와 함께 챔피언스필드에 서 있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비록 과거 무등구장은 아니지만 아빠가 현역 시절 터를 일군 곳에 장성한 아들과 있는 것 아니겠니. 표현은 안 했지만 아빠는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큰 키와 당당한 체격을 가진 네가 유난히 늠름해 보이더라.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좌우지간 키 하나는 나를 닮지 않아서 마음에 든단다. ^-^

네가 처음 야구를 하겠다고 떼를 쓰던 기억이 난다. 아기 때부터 보고 듣는 건 전부 야구였겠지. TV에서 아빠가 야구 하는 걸 보면 좋다고 만세를 불렀지. 집에 사다놓은 장난감 배트로 열심히 스윙을 하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당시 해태는 응원을 할 때 선수의 자녀 이름을 넣었어. 타이거즈 팬이 모두 '성곤 아빠 잘해라' '성곤 아빠 안타'라고 외쳤지. 그때 너는 5살 꼬마였어. 그 뜨거운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빠는 네가 야구 선수가 되는 걸 반대했어. 사실 정말 야구만은 안 했으면 싶었다.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온 아빠는 현장을 잘 안다. 날마다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 부상으로 영영 야구계를 떠날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타고난 자질이 없는 사람은 도태되는 냉정한 세계다. 특히 너에게는 '아버지 이순철'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일거수일투족 내 젊은 시절과 비교될 거야. 때로는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모진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걸 아빠도 잘 안다. 언젠가 1군 무대에 올라가면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더 무거워질 거야. 아빠가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이 또한 너의 숙명이고 견뎌내야 할 몫이다.

무뚝뚝한 아빠는 너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못한다. 집에서는 일절 야구 이외의 말은 안하니…. 이따금 네게 '카카오톡'을 보내 이런저런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게 전부야. 아들은 아빠보다 살갑다. 이따금 휴대폰으로 너의 타격폼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주곤 하잖니. '조언을 달라'는 너의 문자를 볼 때마다 아비는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남들 다 하는 하트 표시 하나 없이 '스트라이드가 좁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진다, 어깨가 너무 빨리 열린다'는 기술적인 답을 하는 아빠가 서운하진 않을는지….

얼마 전 아빠가 너에게 크게 화를 냈던 것 기억하니. 한 달 전이었나. 우연히 네가 함평 2군 구장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중계로 봤단다. 타석에 선 네가 방망이를 돌리고 있더라. 그런데 깜짝 놀랐다. 배트 스피드가 정말 느렸어. 우려될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 아마 너는 그날 저녁 아빠가 너에게 했던 말 중 가장 모진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버지께.

지난번 보내주신 편지는 모두 다 읽어봤습니다. 평소 하시던 말씀을 그대로 하셨더라고요. 사실, 제가 야구를 시작한 뒤로 아버지를 뵙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집에 가면 아버지가 방송 해설 일정으로 집을 비우실 때도 있고요. 평소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편지글로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아빠의 진심처럼, 저도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요. 아빠. 저는 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말해왔어요.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프로에 입단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때는 마냥 좋기만 할 때도 있었어요. 아버지가 이순철이기에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과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어요. 야구선수 이성곤에 대한 모든 평가가 아버지를 기준점으로 시작돼 답답해요. 어릴 때부터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선수 이성곤보다 '누구의 아들 이성곤'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합니다. 이제 '아빠만큼 해야 한다', '아빠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농담 반 진담 반이라 생각하고 넘기고 있어요. 아버지가 말씀하셨듯 제가 극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서 선택한 야구였어요. 갓난아기 때부터 장난감 야구공과 배트, 글러브를 갖고 놀았습니다. 친구들과 동네 야구를 하며 부지런히 골목을 누볐고요. 야구는 제게 너무나 당연한 숙명이었던 것 같아요. 야구 말고는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었어요. 부모님이 만류하셨지만 끝까지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빠는 한 번도 제 타격이나 수비에 대해 따로 지도한 적이 없으셨어요.^-^ 언젠가 말씀하셨죠. '내가 선수 출신이지만, 너의 야구에 손댈 수 없다. 너에게는 감독과 타격 코치가 따로 있다. 아비가 별도로 지도를 하면 그분들께 누가 되는 것이다. 예의가 아니다. 또한 고작 한두 경기 보고 섣불리 지도했다가 괜한 혼동만 줄 수 있다. 너의 야구는 스스로 풀어나가라.' 저 역시 동의했습니다. 한 번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드린 적이 없었던 이유에요.

대신 독학을 시작했어요.^^ 몰래 아버지 현역시절 동영상을 찾아봤어요. 야구 서적을 읽으며 아빠 타격에 대해 공부도 했고요. 그거 아세요? 아버지 방을 뒤져서 수첩이나 노트도 찾아 읽은 거요. 현역시절에 쓰시던 수첩이었는데 상대 투수의 장점과 약점, 피칭 유형을 정리해 놓으셨더라고요. 이따금 아빠의 현역 시절과 제 지금의 모습이 겹쳐서 '피식' 웃을 때도 있었어요. 프로선수들이 꾸준하게 생각과 기록, 그날의 경기를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 야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편지에서 '3루수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옮기면서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금 수월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3루수에 애착이 있어요. 아직 생각하는 단계라고 여겨주시고 조금 더 지켜봐 주세요.

아빠. 집에서는 제가 별로 살가운 편이 못되지요. 여느 집처럼 서로 만나면 간단한 안부만 주고받는 무뚝뚝한 부자에요. 이따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눌 때 저도 참 행복합니다. 자주 연락 드릴게요. 중계 때문에 출장이 잦으실 텐데 늘 건강 조심하셔요.

성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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