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유니폼과 51도루, KBO 역대 최초 역사의 훈장이다…"약도 안 발라요, 은퇴할 때까지 뛸 거예요" (naver.com)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거의 맨날 피 나죠. 그래서 까져도 약도 잘 안 발라요."
두산 베어스 정수빈(34)의 유니폼 바지 무릎 부분은 늘 피로 물든다. 정수빈뿐만 아니라 도루가 주특기인 선수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흙바닥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보니 무릎에 피가 흥건한 일은 매우 흔하다. 도루를 한번 할 때마다 무릎에 있는 살이 까지고 피가 나니 이제는 연고도 바르지 않는다. 어차피 또 까질 거니까.
KBO 43년 역사상 최초의 역사를 쓴 날에도 정수빈의 유니폼 바지 오른쪽 무릎에는 피가 물들어 있었다. 정수빈은 24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을 기록하면서 8-4 역전승에 기여했는데, 시즌 50호와 51호 도루까지 달성했다. 전성기 어린 나이에도 40도루를 넘긴 적이 없던 정수빈은 30대 중반이 다 돼서 50도루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39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을 차지했던 흐름을 올해도 잘 이어 가고 있다.
정수빈이 50도루 고지를 밟으면서 두산은 KBO 역대 최초로 동일팀 동반 50도루 역사를 썼다. 올해 도루왕이 유력한 팀 동료 조수행이 63도루로 일찍이 50도루 고지를 밟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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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은 KBO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뒤 "목표는 작년보다 한 개 더 많이 뛰는 거였는데, 뛰다 보니까 또 지금까지 이렇게 뛰어서 50도루를 달성했다. (조)수행이까지 역대 최초로 한 팀에서 50도루가 2명이 나왔는데, 두산에서 역대 최초 타이틀이 나와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행이는 정말 잘 달리는 선수였고, 나 또한 작년에 도루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더 많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누상에 나가면 항상 뛰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50도루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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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은 "수행이랑 나랑 붙어 있으면 아마 수비수들과 투수, 포수가 압박이 조금 많이 갈 것이다. 그리고 오늘(23일) 중요한 경기였는데, 어떻게 보면 미리 보는 포트스시즌 같은 큰 경기였던 것 같은데 송영진 투수를 초반에 조금 잘 흔들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30대 중반이 돼서 도루 수가 더 늘어난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정수빈은 "어릴 때도 솔직히 뛰려면 많이 뛸 수 있었는데, 그때 우리 팀이 워낙 방망이가 좋은 팀이라 뛰라는 시그널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안 뛰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예전만큼 그런 방망이가 아니기 때문에 뛰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한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올해 1군 주루 코치를 맡았던 정진호 코치(현 2군 주루 코치)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수빈은 "올해 초반부터 많이 뛸 수 있었던 게 지금은 2군에 있지만, 정진호 코치님이 타이밍이나 투수의 습관 같은 것을 잘 잡아줬다. 그래서 초반에 많이 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고토 고지 코치님(1군 작전)과 김동한 코치님(1루 주루)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도 초반에 내가 많이 도루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진호 코치님 덕이 컸다"고 했다.
정수빈은 24일 현재 개인 통산 326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같이 유니폼이 피로 물들고,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고 있어도 뛰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다. 빠른 발은 정수빈이 프로 무대에서 지금까지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그냥 나만의 목표가 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열심히 뛰는 것, 그거 하나"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