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것’을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린 김기훈의 시즌은 그렇게 바닥을 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구단에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줬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단기 유학을 보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찾는 유명 아카데미인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뭔가 진단을 받고 변화의 계기를 찾길 바랐다. 사실 KIA도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바라본 장기적인 플랜이었다. 김기훈은 그렇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 김기훈이 던지는 것을 그냥 지켜봤다. 김기훈은 “처음 일주일은 그냥 내가 던지던 대로 계속 던졌다. 그 일주일 동안 지켜보고 그 다음 주부터 ‘상체 부분이 많이 열리고 그래서 힘이 많이 분산된다’는 말을 하더라”고 설명했다. 사실 놀란 일이었다. 김기훈은 지금까지 영점을 잡기 위해 어깨를 최대한 닫아놓고 던지려고 했다. 김기훈은 “나도 그게 맞는 길인 줄 알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의 시선은 달랐다. 오히려 너무 닫아놓고 던지려고 하니 몸이 열린다고 했다.
김기훈은 “막상 가보니 그렇게 하면 던지는 게 더 열린다고 하더라. (어깨를) 닫지 않고 오른팔을 그냥 방향성 그대로 일자로 포수 쪽으로 가게 해서 던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 보니까 전보다 좋은 공도 잘 나오는 것 같았다”면서 “마운드도 경사가 져 있는데 그 마운드 경사를 이용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힘으로 던지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내가 힘을 분산시키면서 던진다고 말을 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지금의 폼으로 점차 바뀌어져 갔다. 김기훈과 코치는 끊임없이 소통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폼을 다듬어갔다. 그리고 김기훈의 현재 폼이 완성됐다. 그 폼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제구가 살짝 흔들릴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와르륵 무너지지는 않는다. 조금 고전하다가도 다시 밸런스를 찾는다. 그렇게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멀티이닝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 올라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김기훈은 “폼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해 그냥 내 폼을 믿었다. 그리고 계속 타자와 싸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이제는 더 길게 보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만 본다. 미국에 다녀와서는 하루만 보고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트레드 애슬레틱이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마법이 아닌 생존하려는 김기훈의 절박한 몸부림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적어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2024년 성과의 뒷맛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지금도 트레드 애슬레틱의 어플을 통해 투구폼을 찍어 보내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참고 사항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확실하게 자기 것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지금까지 그게 없었다고 생각한 김기훈은 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하루가 짧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팬들도 다시 마음을 열었다. 김기훈의 반등을 기특하게 바라본다. 박수 소리도 커졌고, 기대치도 회복하고 있다. 아직 24세의 선수다. 병역도 해결했다. 이정표가 없어 고전했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김기훈은 “항상 그 루틴을 충실하게 하려고 한다. 어차피 경기에 나가서 하는 건 나다. 다른 순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에 나가면 그 한 타자가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하고 후회 없이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다짐했다. 간직할 것은 기억하고, 대신 잡생각은 버렸다. 머리가 정리된 김기훈의 경력이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오로지 테무만 ㅎㅇ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