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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8-6으로 이기고 4연승을 달렸다. 다만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는 흐름에서 경기 막판 키움의 무서운 추격에 시달리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8-6으로 앞선 9회 2사 후 등판한 마무리 조병현(22)이 공 세 개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정리하고 팀 승리를 확정했다.
2점 앞선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굉장히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을 놓고 보면 또 그렇지 않았다. 팀이 8-2로 여유 있게 앞서다 9회에만 4점을 허용하며 쫓기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상대해야 할 타자는 리그 최정상급 선수인 김혜성이었다. 만약 김혜성에게 출루를 허용하면 발 빠른 김혜성이 SSG의 내야를 휘젓고 다닐 게 뻔했고, 그렇다면 2점 리드 또한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팀의 5강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이라 긴장감이 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병현은 별다른 내색 없이 공을 던졌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묵직한 패스트볼 세 개를 연달아 던져 힘없는 3루수 뜬공으로 김혜성을 잡아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공을 믿고 칠 테면 치라는 자신감을 쏘는 최근의 모습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즌 8번째 세이브도 같이 올라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하며 전력화에 큰 기대를 모았던 조병현은 기대대로 순항하고 있다. 어쩌면 기대 이상이다. 캠프 때부터 필승조 편입의 기대감이 감돌았던 조병현은 올 시즌 71경기에 나가 67⅓이닝을 던지며 4승6패8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 신고를 마쳤다. 피안타율 0.208의 성적을 고려하면 평균자책점은 다소 관리가 안 된 느낌이 있다. 구위 자체는 평균자책점에서 보이는 수치 이상이라는 것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팀 선발진이 무너지고, 불펜도 특정 선수에 부하가 집중됨에 따라 조병현의 이닝 소화가 크게 늘어난 시점이 있었다. 당시에는 투구 내용도 다소 들쭉날쭉했다. 잘 던지다가도 큰 것을 얻어맞고 2~3실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8월 초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이후로는 특별한 문제없이 순항하고 있다. 당시 SSG는 조병현의 구위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미 불어난 이닝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보직을 순환한 측면이 있었다. 막상 해보니 관리를 받는 파이어볼러의 무서움이 잘 드러나고 있다.
보직 변경 후 조병현이 첫 세이브를 기록한 건 8월 11일이다. 8월 11일부터 9월 19일까지 조병현은 13경기에 나가 13⅔이닝을 던지며 7세이브, 평균자책점 0.66이라는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13⅔이닝에서 삼진 18개를 잡아내는 동안 안타는 5개만 허용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109다. 첫 마무리 경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안정감이다. 연투가 줄어들고, 자신이 나갈 타이밍을 알고 준비하자 공의 힘이 무섭다. 시속 150㎞ 이상의 구속에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수직무브먼트로 무장한 패스트볼만 연달아 던져도 상대 타자들이 치기 어려워 할 정도다.
SSG는 조병현이 시즌을 무난하게 완주하는 흐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 내년 보직을 놓고 고민이 예고되어 있다. 조병현은 현재 마무리로 뛰고 있지만 원래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돼 입단한 선수다. 상무에 가기 전에도 선발로 테스트를 받았다. 선발로도 매력이 있지만, 또 올해 해보니 마무리로도 매력이 충분하다. 그래서 고민이다. 다만 SSG로서는 최대한 빨리 조병현의 내년 보직을 결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그에 맞춰 비시즌을 보낼 수 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조병현이 내년에도 불펜에서 뛴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마무리를 맡긴다는 심산이다. 선발 전향 가능성도 배제는 하지 않는다. 현재 선발로 뛰고 있는 오원석 송영진이 모두 아직은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팀 불펜 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군필인 조병현이 선발진에 자리를 잡는다면 나머지 선수들의 군 문제도 차례로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일단 올해를 잘 마친다면, 내년 보직을 놓고 꽤 중요한 토론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