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아이돌이요? 그건 (박)지환이 이야기 아닌가요"
동국대 2학년을 마치고 얼리드래프트로 SSG의 2024년 5라운드(전체 5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정준재(21·SSG)는 시즌 초반 '청라 아이돌'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시즌 초반 그간 팀에는 없었던 유형의 새로운 힘을 제공하며 주목을 받은 정준재지만,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티는 나지 않았지만 스스로는 1군의 벽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정준재의 회상이다. 주위의 칭찬에도 괜히 움츠려 들곤 했다.
정준재는 "처음에는 완전히 안 좋게 시작을 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프로의 세계는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떠올렸다. 그래서 주위의 칭찬에도 마냥 기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네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정준재는 이제 팬들과 코칭스태프 모두가 인정하는 '청라 아이돌'이 됐다. 어려운 벽을 뚫어냈고, 이제는 안정감을 찾은 채 자신의 궤도를 충실하고 힘차게 돌고 있다.
정준재는 올 시즌 SSG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군 문제를 일찍 해결시킬 구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군 콜업 후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자기 자리를 잡은 뒤 이를 계속 움켜쥐고 있다. SSG 코칭스태프는 정준재가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 간다면, 추후에는 팀의 주전 내야수 및 리드오프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입대 계획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내년에도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 됐다.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정준재는 20일 현재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0.306, 1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62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인이라면 한 차례 크게 부침을 겪고 좌절하는 시기도 있을 법한데 오히려 바닥을 찍고 악착같이 벼랑을 기어올랐다. 이제 어느 정도 분석이 됐을 법도 하지만 9월 타율은 0.361로 오히려 월간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 죽지 않고, 커트에 능하며, 콘택트 능력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으로 1군에 적응하고 있다. 15개의 도루도 성공했고, 여러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도 보여주고 있다.
정준재는 계속 경기에 나가며 1군 무대에 익숙해졌고, 심리적으로 조금은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정준재는 "체력적으로 떨어진 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많이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지금은 그냥 재밌게 하던 대로 계속 하다 보면 좋은 성적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타격적으로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 잘 맞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주루 쪽에서도 많이 보다 보니까 투수들에 대해 파악도 많이 했다. 수비에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딱히 부담을 느낀다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평소대로 하면 잘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1군 적응기를 설명했다.
신인 선수가 여기까지 왔다면 개인적인 성과에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정준재는 지금은 개인 성적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준재는 "계속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성적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우리 팀이 가을야구에 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남아있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마무리캠프 일정 및 명단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많이 할 수 있는 무대이기에 명단에서 빠져도 자원해서 갈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재는 "아직은 조금 더 보여줄 게 남아 있다고 내 스스로 몸이 느끼는 게 있다. 지금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내 몸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팬분들게 보여드릴 게 많다고 생각해서 더 노력해 극한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마무리캠프에 가면 기습 및 보내기 번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좀 많이 훈련할 것 같고, 도루도 올해 15개를 했지만 내년에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니 내 목표치를 설정해놓고 그 목표치를 이룰 수 있게 주루 코치님과 대화도 많이 해서 주루에서도 향상될 수 있도록 많이 할 것"이라고 플레이스타일만큼이나 똑 부러진 목표를 제시했다. 청라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한 성장기가 이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