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이닝을 목표로 하겠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시즌 전 구체적인 숫자로 언급한 목표는 이닝이었다. 선발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170이닝이 그의 목표였다. 부상 없이 30번의 등판을 기준으로 잡으면 매 경기 5⅔이닝은 던져야 가능한 수치.
37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더군다나 류현진에게 올해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 부상에 대한 물음표가 붙어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내건 170이닝은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갔다. 개막 이후 한 번도 1군 엔트리 말소 없이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 등판이 취소된 것을 빼면 선발 로테이션도 거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닝을 주목할 만하다. 크고 작은 부상자와 부진 선수가 속출한 한화 선발진에서 류현진이 팀 내 최다 158⅓이닝을 던지며 버팀목이 됐다. 리그 전체 9위 기록으로 국내 투수로는 박세웅(롯데·167⅓이닝), 양현종(KIA·166⅓이닝) 다음이다. 어느덧 37세가 된 류현진의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운 이닝 소화 능력이다.
169이닝을 던진 202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이후 3년 만에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류현진은 올 한 해 충분히 많이 던졌다. 일정상 4일 휴식을 취하면 2경기 추가 선발등판도 가능하지만 이제는 내년을 생각해야 할 때다. 신구장 개장을 맞아 내년에 한화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류현진의 건강이 필수다.
팔꿈치 피로 회복에 따라 이대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어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대전 홈경기에 맞춰 시즌 마지막 등판 가능성이 예상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류현진 등판 일정과 관련해 지난 17일 “등판 간격이 맞으면 마지막 홈경기에 나가 홈팬들께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