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5강 희망이 꺼져가고 있다. 한창 5강 희망을 이어가는 중에 핵심 선발투수 문동주(21)가 이탈한 게 뼈아프다. 5강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결국 선수 보호가 먼저였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을 문동주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올해만 3번째 1군 제외로 이번에는 오른쪽 어깨 피로 누적에 따른 보호 차원이었다. 문동주가 빠진 자리에는 우완 윤대경이 지난 5월26일 말소된 이후 108일 만에 콜업됐다.
문동주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111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7패 평균자책점 5.17 탈삼진 96개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에는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올 정도로 부진했지만 후반기에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8경기(45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2.60 탈삼진 50개로 호투하며 한화의 5강 싸움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대전 두산전(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승리)을 마치고 오른쪽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 7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MRI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은 결과 큰 이상 소견이 없었지만 선수 본인이 미세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예정된 8일 잠실 LG전 선발등판이 불발됐다.
이틀 더 상태를 지켜봤지만 눈에 띄는 진전이 없었고, 11일 1군 엔트리 제외가 결정됐다. 문동주를 서산 재활군으로 내려보낸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가 안 아프고 다시 로테이션에 돌아왔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잘 안 됐으니까 잊어야 한다”며 “이제 (김)기중이라든지 (이)상규라든지 우리 팀 선발로 그 자리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화의 시즌이 이제 14경기밖에 남지 않았고, 가을야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대로 문동주가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화로선 핵심 선발의 이탈이 아쉽지만 아픈 선수에게 억지로 던지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타이밍이 아쉽긴 하지만 선수 보호가 먼저다. 문동주는 올해 시즌 초중반까지 견갑골 통증을 안고 있어 100% 구위를 낼 수 없었다. 전반기 부진의 가장 큰 이유였다. 신인이었던 2022년 6월에도 견갑하근 부분 파열 및 혈종으로 3개월가량 재활을 하기도 했다. 최고 시속 160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인 만큼 다른 투수보다 아무래도 몸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한화는 입단 첫 해부터 문동주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첫 1군 풀타임이었던 지난해에는 9월3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118⅔이닝으로 끊었다. 시즌 막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시즌 후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10이닝 162구, APBC에서 1경기 5이닝 102구를 던졌다.
시즌을 조기 마감하긴 했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잠시 쉬었다가 다시 APBC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APBC 호주전을 마친 뒤 문동주는 “(40일 만에) 오랜만에 실전을 나가서 그런지 감도 떨어지고 많이 힘들었다. 확실히 공에 힘이 없었다. 경기 초반뿐만 아니라 계속 힘든 느낌이 있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올 시즌 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팀 코리아로 발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스페셜 게임에 선발로 나섰다. 이벤트 게임이라고 해도 힘이 안 들어갈 수 없었고, 시즌 준비 과정에서 또 무리가 갔다. 한화에서 나름 투구수, 이닝 제한을 설정하며 보호 및 관리에 힘썼지만 시즌 전후로 이어진 국제대회 여파를 무시할 순 없었다.
모처럼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화의 사정도 급박했지만 문동주의 어깨를 무리시키면서 끌고갈 순 없었다. 5강 희망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수의 몸과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설령 한화가 이대로 5강에 못 가더라도 문동주 책임으로 몰아갈 순 없다. 3년 차 투수에게 이렇게 크게 의지해야 하는 한화 팀 전력의 한계이자 문제라고 봐야 한다. 선발투수 뎁스가 얕고, 타선의 기복도 심하다. 9월 들어 팀 타율(.228), OPS 9위(.640)로 경기당 평균 득점은 3.1점으로 가장 적다.
지난 11일 삼성전을 1-10으로 완패하며 4연패 늪에 빠진 한화는 순위가 8위로 하락, 5위 두산과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5강이 어려워졌지만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 문동주가 빠진 선발 자리는 나머지 투수들이 메운다. 올해 5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기복이 심했던 좌완 김기중이 다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12일 류현진이 나설 순번이었던 삼성전에 김기중이 선발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