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네일을 만나보았다. 입 안에 고무교정기를 착용했고 다친 턱 부위에 조금 흉터가 있을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회복한 네일은 부상 열흘 만인 지난 4일부터 야구장에 나와 가벼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KIA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아직 씹을 수 없는 상태라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네일과 ‘먹을 것’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누면서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또 그 사이 KIA에 대한 애정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네일은 “KIA에 와서 동료들과 팬들에게서 받은 많은 사랑을 그만큼 돌려드리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며 “가을야구에는 꼭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걱정 많이 했는데 너무 멀쩡해 보인다.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걸로 아는데 지금 뭘 먹나.
=2주 동안 씹는 음식은 완전 금지다. 제일 힘든 게 음식을 못 먹고 액체류만 계속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잘 지켜온 것 같다. 팀에서 주는 프로틴, 스무디, 칼로리 함량 높은 음료들을 마시면서 최대한 몸무게가 줄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수술 뒤 3~4일 정도는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어야 했지만, 퇴원 뒤 시간이 좀 지나서 진통제 필요 없을 정도로 괜찮은 상태다. 턱 부분에 아직 좀 무감각한 느낌이 있을뿐 통증은 이제 괜찮다. 월요일(9일)에 수술받은 아산병원으로 가서 실밥 등 다 제거할 예정이다.
-그럼 이제 먹을 수 있게 되나.
=그렇다. 제거하고나면 밥이나 계란, 면 같은 가볍고 부드러운 음식부터 씹기 시작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했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3일만 참으면 된다.
-가여워라. 지금 뭐가 가장 먹고 싶나.
=내 앞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치즈버거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너무 먹고 싶다.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지만 이 친구(통역 박재형)는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옆에서 배달 음식 먹는 걸 구경했다. 치킨에 밥을 비벼먹는 메뉴가 있었는데 정말 너무 먹고 싶었다. 그것도 반드시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치즈버거 먹으려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턱 관절 자체를 다친 게 아니고 턱 앞쪽 뼈만 다쳤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말도 이렇게 잘 할 수 있고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치즈버거도 아마 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꼭 먹을 거다.
-병원에서부터 일찍이 호박죽을 먹었다고 들었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모르니까 여러가지를 다 갖다주셨다. 이것저것 먹어봤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여러가지로 시험해봤는데, 지금은 김치찌개의 건더기를 다 걷어내고 밥만 조금 말아 술술 씹지 않고 넘길 수 있게 해서 먹는 게 제일 잘 맞는다. 칼칼하면서도 뜨끈해서 맛있다.
-원래 한국 음식 중에 뭘 제일 좋아하나.
=한우. 음식 자체로도 좋지만 동료들과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그 분위기 자체가 좋다. 직접 내가 구워볼 수 있다는 것도 좋고 그런 다양한 경험들을 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매력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식사는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는데, 한국은 그 음식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얘기하며 즐기는 문화 같다. 그게 좋다. 회식 좋아한다. 미국에 돌아가면 그런 문화를 내가 좀 전파해볼까 한다.
-KIA에 온 뒤 계속 같이 뛰다가 지금은 밖에서 보고 있는데 경기를 TV로 보는 기분이 어떤가.
=이렇게까지 길게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적이 없어서 좀 힘들다. 처져 있기보다는 이렇게 나와서 팀에 치어리더 역할이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라도 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경기장에 나와있다.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먹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돌아다니고 운동하며 에너지를 써도 되는 걸까.
=턱을 다쳤기 때문에 못 먹어서 몸무게가 많이 줄까 걱정했는데 총괄 트레이닝 코치가 스무디, 프로틴 셰이크 다 만들어주시고 영영사께 따로 부탁해서 나만을 위한 수프(죽)도 만들어주신다. 엄청 노력해주신 덕에 에너지 걱정은 없다. 사실 팬들한테도 나 진짜 괜찮다고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한 번쯤 말씀드리고 싶었다. 사고 당시에는 나도 좀 무섭고 멘털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턱 앞쪽 뼈만 부러진 게 굉장히 행운이라 생각한다. 또 시즌 초반 나성범, 이의리, 윤영철이 다친 자리에 다른 선수가 들어가 기회를 얻고 잘 하면서 우리가 1위를 달려왔는데 내가 다친 자리에서도 누군가 들어가 있고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선수들이 네일 유니폼을 걸어놓고 경기하는 것 알고 있나.
=TV로 봤다. 첫날 아산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창원 NC파크 더그아웃에 경기 중 내 유니폼이 걸려있는 것을 처음 봤고 엄청 울었다. 그때 생각하니까 지금 또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네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당황한 기자) 지금 우는 거에요?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 외국인 선수가 해외 다른 팀에 와서 생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동료들, 팬들, 그리고 팀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그 사랑을 받은 만큼 다시 주는 법도 내가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KIA와 팬들은 가을야구에서 네일이 등판해서 던지기를 가장 기다리고 있을텐데,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신있나.
=부상당하고 열흘 정도 지났는데 그 기간 회복 속도, 그리고 31살인 지금까지 야구해본 결과를 토대로 보면 충분히 한국시리즈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다. 단지 투구 수나 체력을 맞춰야 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은데, 내 몸 상태를 봤을 때는 굉장히 좋다. 맞춰서 충분히 훈련하고 잘 준비하려고 한다. 사흘 뒤 실밥 풀고나서 일주일만 더 잘 준비하면 훨씬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복귀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