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이번 드래프트의 ‘키’는 삼성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주와 정현우가 1, 2순위를 나눠 갖는다면 이후 삼성이 어떤 선수를 지명하느냐에 따라 다음 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팀들의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래프트가 일주일 정도 다가오면 1라운드 만큼은 지명 선수들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각 의 스카우터들이 1라운드 지명 관련해서 정보를 살짝 흘리기 때문이다. 한 스카우터는 “1라운드서부터 앞 팀의 예상치 못한 지명으로 ‘타임’을 요청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스카우터들 사이에선 다른 건 몰라도 1라운드 지명 예정 선수는 귀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삼성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삼성의 고민이 깊다는 의미다. 삼성이 이토록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대구고 배찬승 때문이다.
좌완 파이어볼러인 배찬승은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전에서 3.2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로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1라운드 중상위권 지명이 유력했던 배찬승은 대만전 호투로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삼성한테 숙제를 안겨줬다. 원래는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과 덕수고 우완 김태형이 삼성의 3순위 지명 후보로 꼽혔는데 배찬승이 급부상하면서 삼성의 선택지가 더 넓어진 것이다.
JTBC ‘최강야구’를 통해 올해 배찬승과 직접 투타로 만난 경험이 있는 정근우는 삼성의 선택을 두고 “김태현, 김태형, 배찬승 등의 선수들이 엇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면 삼성으로선 연고 지역 선수인 배찬승이 조금 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도 “삼성은 즉시전력감 불펜 투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좌완 파이어볼러인 배찬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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