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코치는 지난 18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포지션이 유격수여서 타율 2할7푼 이상이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자의 부탁에 박성한의 한 시즌 성장 과정을 복기했다.
■고집 센 타자
박성한은 지난해 8월 상무에서 전역해 팀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박성한이 이슈가 됐다 하면 함께 거론된 선수가 LA 다저스의 강타자 코디 벨린저였다. 박성한은 타격폼부터 벨린저를 따라하려 했다.
이 코치는 “말하자면 벨린저에 꽂혀 있었다. 상무에서 2년 동안 연구하고 왔을 정도였다”며 “TV 중계 보고, 유튜브도보면서 하나씩 만들어간 모양인데, 내가 봤을 땐 본인 스타일과 신체조건에 맞는 수정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벨린저는 거포형 좌타다. 193㎝ 장신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순간적인 풀스윙으로 큰 타구를 만들어낸다. 박성한이 키 180㎝로 내야수로 작은 키가 아니지만 무작정 홈런타자를 모방했다가는 엇나갈 수 있는 게 이 코치의 계산. 이 코치는 “방망이도 조금 짧게 쥐고, 전반적인 폼도 간결하게 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한은 누구의 조언이나 지도를 금방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 코치는 이 대목에서 “고집에 엄청 센 편이다. 본인이 직접 체험해 느끼고 ‘맞다’고 확신해야 바꾸는 성격이다. 그래서 다른 선수보다 좀 오래 걸린 편”이라며 웃었다.
■욕심 많은 타자
어떻게 보면 코치에게는 조금 지도하기 어려운 선수일 수 있다. 그러나 박성한의 고집은, 오히려 선수생활의 강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코치 부연 설명이다. 이 코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선수도 있지만 성한이는 다르다”며 “왜 바꿔야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고 든다.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과정은 더디게 가도 한번 되면 그걸 자기 것으로 확실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박성한은 유격수로 공격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한 자리에 있다. 그러나 박성한은 타격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 이 코치는 “뭐라도 할 때면 다시 체크하고, 궁금하면 다시 물어보고, 그게 됐다 싶어야 들어간다. 다른 선수들과 뭔가 다르긴 하다”며 “그런 노력이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코치는 이 때(2021년)를 돌아보며 “올림픽 휴식기에 한 달 가까이 쉬면서 전반기에 드러났던 문제점을 기본기, 글러브 핸들링부터 다시 정립했다”며 “송구는 원체 좋았으니 포구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움직였는데, 본인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손 코치는 “스스로 수비위치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야와 파울지역에 뜬공도 걱정하지 않는다”며 “높이 떠서 잘 보이지 않는 공들이 많은데, 박성한은 머리 위로 떠서 날아가는 공도 정말 잘 잡는다. 공이 뜨면 굳이 상황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팀에 주전 유격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흐뭇해했다.